[책속으로]스펜서 교수 '현대중국을 찾아서 1,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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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제3의 길' 얘기가 난무한다.

앤서니 기든스가 마치 새로운 이념을 제시한 것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이는 동양의 고대문명국인 중국.인도에서 이미 실천적으로 진행돼오고 있는 사안에 불과하다.

불교에서 말하는 중용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도 중국은 주목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중국은 근.현대 혁명의 역사보다 당나라.명나라.청나라로 더 강하게 남아 있다.

게다가 지난80년대말 오랜 단절 끝에 우리 곁에 다가선 중국은 '실패한 사회주의' 국가, 바로 그것 뿐이었다.

이념이나 문명적 접근을 도외시한 채 단순히 경제적 측면으로 바라본 오늘의 중국이 제대로 파악됐을 리 만무했다.

사실 우리 역사의 '주변국' 으로서의 '중국읽기' 도 그리 적절치 않다.

미국 예일대 역사학과 석좌교수 조나단 D 스펜서의 '현대중국을 찾아서' (1~2권.김희교옮김.이산刊)가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그래서 각별하다.

이데올로기 문제로 인한 긴 공백을 극복하고 세계화한 국제질서 구도를 감안하는 측면에서 오히려 제3국 학자의 중국연구가 더 객관적으로 와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이런 것이다.

우리가 조명하는 중국의 한국전쟁 개입은 인해전술을 앞세운 북한지원이다.

그러나 스펜서는 그것으로 인한 대륙 내부의 서양인 체포.구금.추방의 현장분석과 아울러 타이완 (臺灣) 을 얻을 수 있는 '고통없는 우회로' 식 논의를 가미한다.

이어 그는 여기서 형성된 미국과의 갈등을 닉슨의 핑퐁외교로 풀어가는 전 (全)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타이완 문제만 해도 그렇다.

"1620년대 항해 중 좌초한 선원.선교사에 의해 처음 세계 정치무대에 등장했다. 포르투갈.스페인은 일본의 해적을 몰아내면서 무역기지한 이래 중국과의 마찰을 거듭했다. (…) 청 조정은 타이완 정벌 성공 이후 처리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섬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는 주장과 네덜란드로부터의 중국방어를 위해 요새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

이런 흐름 속에서 타이완의 미군철수와 김대중 대통령의 '하나의 중국입장 견지' 발언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제3의 길' 로서의 중국의 행로는 칼 마르크스가 지켜보는 태평천국의 난에서 희미하게나마 드러난다.

이 후 프랑스에서 돌아온 쑨원 (孫文) 이 1912년 난징 (南京)에서 중화민국

임시총통에 취임하면서부터 본격화한다.

장제스 (蔣介石).마오쩌둥 (毛澤東).덩샤오핑 (鄧小平) 으로 이어지는 혁명사에서 백가쟁명 (百家爭鳴).문화혁명의 충돌과 수렴형식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스펜서의 말대로라면 희망과 절망을 교차하는 모습이다.

이 책은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망라하는 최근 4백년의 연대기적 중국사다.

아주 쉽고 평이한 문체뿐 아니라 근데군데 등장하는 시귀와 2백36컷의 컬러.흑백화보가 품격을 더한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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