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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 평소 밥상은 장국밥·멸치젓·전·장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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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는 “관리들이 술과 안주를 준비해 오고 쇠고기로 만든 몇 가지 음식을 준비해 와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또 “여러 장수와 활을 쏘고 떡과 술을 장만하여 먹고, 고성 현령이 군관을 보내 문안하고 쇠고기로 요리한 꼬치와 꿀통을 가져왔으나 군관에게 주었다”는 대목도 나온다.

『난중일기』에는 음식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고기반찬, 중배끼(약과), 연포탕(두부·고기 등을 넣어 끓인 국), 동아선(호박과 비슷한 동아를 기름에 볶아 잣가루를 묻혀 겨자를 찍어 먹는 술안주)….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 심기현(33) 박사는 “단정 짓기는 어려우나 이순신 장군이 즐겨 먹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음식들”이라고 설명했다.

경남도의 의뢰로 지난 6개월간 연구용역을 해온 한국음식연구원이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과 수군이 즐겨 먹었을 음식 77가지를 복원했다. 이 음식은 13일 ‘제48회 한산대첩축제’가 열리는 통영 통제영에서 공개된다.

연구원이 복원한 77가지 음식은 주먹밥·산나물밥 등 전시(戰時) 음식 7종을 기본으로 평상식(4종), 훈련식(5종), 병중식(6종), 백의종군식(5종), 승전 후 음식(7종), 중앙 관리 접대식(17종)으로 구성돼 있다. 심 박사는 “음식 이름은 당시 재료 이름이나 조리법에서 최대한 따왔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이순신 장군이 즐겨 먹은 음식은 장국밥과 멸치젓, 장김치, 어육각색간랍(소의 양·간 등 내장과 생선으로 만든 전)으로 추정됐다. 아플 때는 멥쌀죽밥에 수포탕(꿩고기를 다져 동글동글하게 빚어 쇠고기 장국에 넣어 만든 국), 과동침채(동치미)·더덕좌반(佐飯) 등을 먹은 것으로 고증됐다. 백의종군 때는 연포탕·과동침채·고사리나물을 먹었다고 한다.

수군은 평상시에는 쌀밥에 홍합미역국·봉총찜(꿩다리 찜)·산갓침채(갓 물김치)를, 전쟁에서 이긴 뒤에는 굴죽·숭어전·약과·노루고기포·설하멱(쇠고기 꼬치구이)에 술·참외를 곁들여 들었다.

이번 고증에는 1670년(현종 11년)께 정부인 안동 장씨가 쓴 조리서인 『음식디미방』, 조선시대 편찬된 식이요법서 『식료찬요』 같은 임진왜란 전후의 조리서와 의서, 『조선왕조실록』 『징비록』 『난중일기』 『미암일기』 같은 고문헌이 참고자료로 사용됐다.

이순신 장군의 가문인 덕수 이씨 종가의 음식과 부임지인 전남 여수, 경남 통영·합천의 향토음식도 고증자료로 활용됐다. 음식연구원은 전국의 전통음식 전문가들의 자문도 받았다. 이 때문에 이순신 장군 밥상에는 고추·호박·고구마처럼 임란 당시 국내에 없던 식재료는 사용되지 않았다.

경남도는 충무공밥상·이순신밥상·좌수영밥상·우수영밥상·통제영밥상 등 5개 명칭에 대해 최근 특허청에 상호등록 출원을 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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