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장쩌민 주석 대화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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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대통령과 장쩌민 중국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당초 오전 9시40분 (현지시간) 부터 10시25분까지 45분으로 예정됐으나 무려 55분을 넘겨 11시20분쯤 끝났다.

때문에 확대정상회담도 옆 동대청에서 11시25분에 시작돼 낮 12시15분까지 이뤄졌다.

임동원 (林東源) 외교안보수석은 "화기애애하고 허심탄회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런 대화를 나눴다" 며 "두 나라와 한반도 주변문제.장기비전 등 전반적인 논의가 있었다" 고 전했다.

또 "회담을 통해 한.중 양국의 선린우호관계를 한 단계 높여 21세기 한.중 협력 동반자관계를 설정하는데 합의했다" 고 평가했다.

다음은 金대통령과 江주석이 나눈 현안별 대화를 재구성한 것이다.

<인사말>

▶江주석 = 우리 두 사람은 나이가 같지만 알아보니까 金대통령이 나보다 8개월 위인데 오히려 젊어보입니다.

金대통령께서는 평범하지 않은 세월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 말에 '뜻이 있는 분은 반드시 그 뜻을 이룬다' '큰 난리에도 죽지 않으면 나중에 복이 온다' 는 얘기가 있습니다.

바로 金대통령을 두고 한 얘기 같습니다.

▶金대통령 = 외국인을 만날 때마다 나이가 젊어보이는 비결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나는 40년 독재정권과 싸우면서 다섯번 죽을 고비를 넘겼고, 6년 감옥생활.10년 망명생활을 하는 등 10년이 중단됐습니다.

늙는 것도 중단돼 늙지 않은 것 같다고 얘기합니다.

<양국 일반>

▶金대통령 = 지난 6년동안 한.중수교 후 경제통상분야에서의 발전을 평가합니다.

이제 새 세기를 맞이하면서 21세기 협력동반자관계로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세가지로 첫째, 경제교류뿐만 아니라 문화, 환경, 인적.청소년교류 등 모든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국가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한반도는 분단상태로 군사적 대치상황에 놓여있는데, 중국은 한반도 평화유지와 당사자 해결원칙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반도 긴장완화에 기여해야 합니다.

셋째, 21세기는 세계화 시대로 어느 한나라가 고립돼선 살 수 없습니다.

한.중은 이웃나라로 더욱 가깝게 지내는 것이 시대적 요청입니다.

아시아 금융위기는 아시아에만 국한되지 않고 세계 각국에 파급되는 등 세계화의 다른 한 측면을 느낍니다.

이런 의미에서도 공동 대처가 필요합니다.

▶江주석 = 동의합니다.

金대통령께서는 중국사람들의 오랜 벗입니다.

재야시절 세차례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때 만나뵙지 못했지만, 金대통령께서 한.중 관계에 관심과 기대를 갖고 계신 것에 대해 평가합니다.

특히 대통령 취임 이후 한.중 관계를 중시하고 한.중 발전에 상당히 노력하신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 두 정상이 높은 산에 올라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동반자 관계를 설정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동북아 안정과 세계평화를 위해서도 양국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21세기 협력동반자 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대단히 적절하다고 보고 공동성명을 통해 21세기 발전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양국의 이익이 될 것입니다.

<남북관계>

▶金대통령 = (대북 3원칙과 햇볕정책을 설명한 뒤) 세계 모든 나라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도 우리의 이러한 대북정책에 호응해 나오길 바라고 있으며 중국의 협조가 중요합니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사건과 잠수함 침투사건이 있었으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변화를 위한 노력의 징후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먼저 4자회담에 전진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고, 헌법개정을 통해 북한식 사회주의적 시장경제 요소를 헌법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또 남북교류 협력도 종교.문화.언론인 교류를 받아들이면서 현대의 금강산관광 사업을 받아들이고 김정일 (金正日) 군사위원장이 전면에 나서 남북경제 관계를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변화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앞으로 인내심을 갖고 계속 노력할 생각입니다.

중국도 적극 협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 江주석 = 남북문제를 솔직히 말해줘 감사합니다.

세계는 탈냉전과 긴장완화로 가고 있으며, 남북관계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평가합니다.

북한이 민간교류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관계개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징후로 보입니다.

한국이 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을 지지하고 있는 것은 잘한 일이며, 중국도 환영하면서 이를 주시하겠습니다.

북한에 불어오는 바람이 따뜻한 바람이 아니고 차가운 바람이면 코트를 벗지 못하고 옷을 여미게 될 것입니다.

대북접촉은 인내심을 갖고 자제하면서 북한을 자극하거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너그러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반도 평화안정은 중국이 추구하는 정책입니다.

남북관계와 미.북관계, 4자회담이 잘돼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길 바랍니다.

중국도 나름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대일 (對日) 관계>

◇ 江주석 = (金대통령이 최근 일본방문 결과를 설명하자) 일본내 극우세력의 군국주의적 경향 대두에 경계해야 합니다.

◇ 金대통령 = 우호협력을 긴밀히 하면서 그런 경향이 대두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대만 문제>

◇ 江주석 = 하나의 중국원칙을 유지하고 있고, 대만은 우리 영토의 일부분입니다.

◇ 金대통령 = 이해하며 존중합니다.

우리도 하나의 중국입장을 견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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