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회담 이모저모]예상밖 긴대화 140분간 화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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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회창총재는 10일 낮 12시25분쯤 변정일 (邊精一) 비서실장.안상수 (安商守) 대변인과 함께 청와대 본관앞에 도착, 이강래 (李康來) 정무.박지원 (朴智元) 공보수석의 영접을 받고 곧바로 2층 대기실로 올라갔다.

邊실장의 손에는 李총재가 회담에서 할 발언내용과 공동 발표문 등이 든 것으로 보이는 큰 봉투가 들려있었다.

李총재 일행은 12시32분쯤 회담장소인 백악실로 자리를 옮겼으며 金대통령이 곧장 들어와 李총재와 악수를 나눴다.

金대통령이 먼저 "날씨가 많이 추워졌지요" 라고 하자 李총재는 "예. 그렇지만 바람이 안 불어서 괜찮네요" 라고 응답.

이어 金대통령이 설악산.내장산.경북 오지의 단풍을, 李총재가 오대산 월정사의 단풍을 각각 칭찬한 뒤 낮 12시36분쯤 주위를 물리치고 단독회담에 들어갔다.

두사람 모두 회담전 치열한 논전을 각오한 듯 약간 굳은 표정이었다.

○…金대통령과 李총재는 예상보다 길어진 2시간20분동안의 회담이 끝난 후 박지원 청와대대변인과 안상수 한나라당 대변인을 백악실로 불러들여 각자 회담장에서 한 메모를 보며 번갈아 대화내용을 설명.

金대통령은 "내가 먼저 말하겠다" 며 현안별로 李총재가 말한 내용을 소개하고 자신의 답변을 전했으며 李총재는 현안별로 "이렇게 말씀드렸다" 고 자신의 발언 위주로 대화내용을 소개.

그러나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에 대해 金대통령이 피의자 3인과 李총재간 관계를 들어 '정치.도의적 책임' 이 李총재에게 있음을 짚었다.

그러자 李총재는 자신의 설명 순서에서 "대통령이 정치.도의적 책임을 말씀하신 데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고 못을 박기도 했다.

李총재는 당사로 돌아가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목에 대해 "여당이 내게 했던 과도한 비난 공격에 대통령이 '당에 주의를 주었다' 고 말했다" 고 밝혀 청와대 발표와 엇갈리는 설명을 했다.

안상수 대변인은 "총풍사건과 관련한 발표는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발표치 않기로 했는데 朴대변인이 약속을 어기는 바람에 우리도 대화내용을 밝힌 것" 이라고 주장.

朴대변인이 발표문에 서명할 것을 권유하자 두사람은 서명후 문안을 교환했으며, 회담 결과 설명이 끝난 후 金대통령이 "수고했다" 며 악수를 청하자 李총재는 " (중국에) 잘 다녀오시라" 고 인사했다.

이날 두사람의 오찬 메뉴는 중국식이었으며 회담 도중 녹차가 두차례 들어갔다.

○…회담후 당사로 돌아온 李총재는 "합의문 자구를 놓고 아랫사람들이 며칠동안 옥신각신했는데…. 대통령은 전혀 개의치 않고 거침없이 모두 얘기하더라" 면서 "역시 대통령은 다르더라" 고 일성 (一聲) .

李총재는 또 취재진을 향해 "대통령이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군. 한번 만나고 오니 이렇게 열띤 취재대상이 되는 걸 보니…" 라며 흡족해 했다.

20여분간의 기자간담회에 이어 李총재는 당3역을 소집, 곧바로 회의를 열어 회담결과를 설명하고 후속 대책을 논의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이연홍.이정민.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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