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다시 뒷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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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야간 '영수회담 합의' 문제가 6일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총격요청사건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다시 맞부닥친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총풍' 부분을 들어 "합의가 아닌 논의단계였을 뿐" 이라고 공식 부인하고 나섰다.

국민회의는 "최종 합의를 해놓고 딴소리" 라고 비난했다.

어느 쪽 주장이 옳든 상당히 무르익던 여야 영수회담 논의가 성사를 앞두고 최대 핵심사안에서 멎은 셈이다.

10여일간의 국민회의.한나라당 양당간 협의는 2개 라인을 통해 진행돼왔다.

한화갑 (韓和甲) - 박희태 (朴熺太) 원내총무 라인과 정균환 (鄭均桓) - 신경식 (辛卿植) 사무총장 라인이 그것. 지난달 중순부터 먼저 두 총무간 논의가 시작됐고 이어 총장들이 가세한 뒤 별도로 가동했었다.

두 창구 모두 총풍 대목에서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본다' 는 선에서 근접점을 찾는 와중이었다.

그러나 3일 김대중 대통령의 "배후 철저 규명"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총재도 다음날 국세청 모금사건에 대해선 사과했지만 총격요청사건에 대해선 '고문조작' 이라는 주장을 다시 치고 나왔다.

"金대통령 스스로 위약 (違約) 한 것 아니냐" 는 게 한나라당쪽 얘기다.

결국 영수 (領袖) 들에 의해 영수회담이 무산된 셈이다.

한나라당은 총풍사건 관련 합의에서 다른 기대를 걸어온 듯하다.

사건에 李총재측 및 한나라당과 연계의혹이 있다는 의혹이 더 이상 거론되지 않도록 여권이 보장하는 게 그것이다.

지난달 검찰의 수사결과 중간발표에서 혐의가 나오지 않은 이상 이미 구속된 3인만의 문제로 마무리되기를 희망해왔다.

때문에 신경식 총장도 협의과정에서 '3인에 대해 검찰수사에 위임한다' 는 점을 명시하자는 요구를 계속해 왔다.

李총재의 동생 회성씨가 사건에 개입하진 않았더라도 혹 법리상 연루점을 찾을 꼬투리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없지 않은 낌새다.

어쨌거나 회담 얘기가 다시 무르익기엔 상당한 시간이 걸려야 할 듯하다.

여권은 여전히 "한나라당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회담은 불가능하다" 는 입장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회담과 검찰의 수사는 전혀 별개의 문제" 라며 "金대통령 중국 방문이후 이회창 총재의 태도에 달려있다" 고 못박았다.

한나라당 역시 당장 톤을 낮출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박희태 총무는 "다음주초께 보자" 고 여운을 남겼다.

물밑 협의가 계속중인 만큼 여야간 적정한 근접선을 찾을 수도 있다는 말로 들린다.

총풍을 둘러싼 양쪽주장의 속셈도 그때쯤 드러날 것 같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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