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백일장]초대시조-가을 行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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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가을 行間 -서 벌

물 잘 든 산숲 아래 강물도 단풍 들어

열차에 실린 맘은 설레는 홍시 된다.

친구여, 보고싶어 가는 길 하늘도 놀 널었다.

산숲은 모롱이마다 제자리 지켜 섰고

강은 신필 (神筆) 이 쭉 그은 한 획 행초 (行草) .

그 위에 유난히 환한 주말 한껏 흐른다.

이거 얼마만인가 경주행 칠백리 길

그윽히 날 저물녘 때맞춰 닿는 열차.

친구여, 미리 와 있었구나 지훈 (芝薰) 맞던 목월 (木月) 처럼.

□ 시작 노트 □

나이테 감길수록 단순한 사람이 되어 깊은 정이 왜 소중한가를 뿌듯이 느끼게 된다.

경주에 사는 오랜 친구, 시인 정민호. 그가 오라하여 가는 도중과 만나는 순간까지를 정리한 것이 이 시조 3수. 이틀 밤사흘 낮을 그와 나는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의 행사 현장과 빛나는 그 곳 산천을 두루 돌면서 쌓인 회포를 그냥 풀고 또 풀었다.

◇ 서벌시인 약력 = 경남 고성생. '시조문학' 추천 등단 (64) .시조집.사설시조집.이론서.해설서 등 저서 다수. 정운시조상.시조시협상.중앙일보 시조대상.남명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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