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 진로 커넥션]사정 실세까지 현찰 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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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진로그룹이 지난해말 기업회생을 위해 정.관계에 맹렬히 로비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 곳곳으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진로 장진호 회장은 97년 이석희 (李碩熙) 전 국세청차장을 통해 한나라당측에 수억원의 대선자금을 건네는 등 다음에 권력을 잡을 가능성이 있는 세력에 '보험' 까지 들어가며 진로의 회생을 시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張회장은 이밖에도 지난해 9월 '총풍사건' 으로 구속된 한성기 (韓成基) 씨 소개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동생 회성 (會晟) 씨에게 접근, "진로그룹의 화의신청이 받아들여지고 부동산 매각을 도와주면 또다시 대선자금을 내놓겠다" 고 제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제의는 회성씨가 "진로를 위해 노력하겠으니 먼저 자금을 지원해 달라" 고 하는 바람에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 張회장은 이미 오정은 전 청와대행정관이 주도하는 이회창 후보 비선조직 운영자금으로 韓씨에게 두차례에 걸쳐 7천만원을 지원한 상태였다.

張회장은 지난해 10월께 다시 "진로의 화의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박찬종 (朴燦鍾) 당시 한나라당 고문에게 돈을 줘 李후보 진영에 남게 하겠다" 고 제의했으며 이같은 자신의 활동상을 吳씨를 통해 당시 배재욱 사정비서관 등에게 보고토록 했다.

검찰은 張회장이 이처럼 자신의 친 (親) 한나라당 활동내용을 裵비서관에게 보고하도록 요청한 것도 현금 1억원 로비와 함께 裵비서관을 진로 회생에 이용하려 했던 시나리오에 따른 행동으로 보고 있다.

특히 張회장이 문민정부 시절 사정 (司正) 실세였던 裵전비서관에게까지 현찰 로비를 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문민정부 말기 진로 회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재정경제부와 은행감독원 등 경제부처 고위직 출신들은 당분간 '진로 로비' 태풍의 향방을 숨을 죽이며 지켜봐야 할것 같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아직 수사가 초기단계지만 (張회장을) 더 조사해보면 진로의 전방위 로비 내역이 밝혀질 수도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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