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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히 옷고름 풀고 엄마 젖 먹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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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어린이의 건강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건강하고 똑똑한 어린이로 키우고자 하는 마음은 모든 어머니의 바람일 것이다. 어머니가 자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첫번째 노력이 바로 엄마젖 먹이기다.

어릴 적 어머니 손을 잡고 길을 가노라면 곳곳에서 엄마젖을 물고 있는 아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나 언제부터인가 그런 모습은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방송 드라마에서도 우유병을 물고 있는 장면을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보게 되어 대한소아과학회에서는 이를 시정하고자 방송 프로그램에서의 우유병 사용 장면을 자제해줄 것을 방송 관계자에게 권고한 바 있다. 선진국의 70%에 비해선 낮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엄마젖 수유 비율이 16%대로 늘어가고 있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어머니의 젖은 아기가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소가 골고루 적당하게 들어 있으며, 아기가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병균에 대한 면역성을 공급해 주는 가장 좋은 예방약인 셈이다. 그래서 젖을 먹고 자란 아기들은 병치레를 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최근 늘어나는 아토피성 피부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의 발생도 젖을 먹이면 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기가 어머니 품에 안겨 젖을 먹고 자라면서 어머니와 자녀 간의 정서적 유대감도 더 향상되고, 어머니의 젖에는 뇌의 발달에 도움이 되는 물질들이 들어 있어 지능 발달에도 도움을 준다고 보고돼 있다. 아기들을 위해 과외공부를 시키고, 좋은 학원을 보내기에 앞서 유아기에 젖먹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젖을 먹이면 어머니 몸매가 나빠진다느니, 살찐다느니 하는 근거없는 속설 때문에 젖먹이기를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머니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면 산후 회복에도 좋으며, 오히려 산후 비만을 막아 주어 몸매가 날씬해질 수 있는 지름길이다. 또한 젖을 먹인 어머니의 경우 유방암이나 난소암 같은 암 발생률도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어머니의 젖먹이기는 아기와 어머니 모두에게 유익하고 꼭 필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 대한소아과학회의 전문의들은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자 비디오를 제작한 바 있다.

부디 급변하는 사회 속에 어머니의 참사랑을 아기에게 전하고 꽃피울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잃지 않도록 어머니들이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 이제 지하철.버스.공공장소 어디에서나 당당하게 아기에게 젖먹일 수 있는 어머니로서의 지혜와 배려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어머니들이여, 아기를 위해 자신있게 가슴을 열어라.

윤용수 대한소아과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