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미녀'서 한 호흡 김혜수·김인식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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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얼굴없는 미녀’는 말(대사)이 별로 없는 영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말이 많은 영화다. 일찌감치 톱스타 김혜수(34)의 과감한 첫 노출연기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으며, 세인들의 관심 속에 영화가 공개된 후에는 기존의 영화와는 너무나 다른 스타일이 계속 화제를 모으고 있다. 6일 개봉을 앞두고 이 영화의 김인식 감독과 주연배우 김혜수를 만나 말 없는 영화가 생산해낸 많은 말들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시사회 후 영화가 어렵다, 불편하다는 반응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구구절절한 대사나 상황설명 대신 이미지로 밀고 가는 낯선 영화이기 때문이다.

지수(김혜수)가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 사는 '경계선 장애'환자라는 것을 알려주는 영화의 첫 장면도 몽환적인 이미지로 표현한다. 너무나 완벽하게 비현실적인 세련된 공간, 화장기 하나 없는 김혜수의 얼굴까지 아름답게 비춰주는 인공적인 조명 같은 현란한 이미지 때문에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이미지에 함몰된 영화'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러나 김 감독도 김혜수도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림(이미지)을 따라가다 보면 퍼즐 조각을 맞추듯 이야기가 딱 맞아떨어진다. 모든 이미지는 이야기를 함축하기 위해 철저하게 계산한 것인데 프랑스에서 공부한 감독이 겉멋만 들어서 내용 없는 영화 찍었다는 식의 비난은 당혹스럽다. "(김 감독)

"관객들이 스토리텔링에만 익숙하기에 좀 낯설 수 있지만 영화를 보는 방법을 달리 취하면 이 영화를 보다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김혜수)

이 영화의 화려한 이미지는 공간에만 머물지 않고 지수의 캐릭터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김혜수는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한 지수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현란한 헤어스타일과 의상을 소화해야 했다. 그리고 이 점 때문에 촬영 초반 김 감독과 충돌하기도 했다. 김혜수는 자신의 화려한 이미지를 영화로 옮겨오고 싶지 않았고, 감독은 자꾸 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이 "피해의식"이라고 표현할만큼 김혜수는 자신의 평소 이미지를 유독 작품 속에서는 피하려고만 들었다. 그 이미지 때문에 함부로 대접받는 게 싫기도 했거니와 "연기로만 어필하고 싶은데 이런 이미지가 연기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납득이 가는 설정이었기에 감독을 믿고 따랐다"고 말했다. 데뷔 후 처음 노출 연기를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김혜수의 노출을 연기가 아닌 누드에만 초점을 맞춰 바라봤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왜 몇년 더 일찍 벗지 않았느냐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영화가 노출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속상했다. 어떤 여배우가 자신의 영화가 자신의 몸으로 대변되고 싶겠나. 그러나 김혜수의 가슴만 보이는 빈약한 영화가 아니라는 자신감이 있으니까 괜찮다고 자위한다. 사실 우리 영화가 다양성을 갖게 된 게 몇년 되지 않는다.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주로 출연 제의가 왔다. 노출을 시도할만한 작품이 별로 없었다. 물론 5년 전에 이 영화 섭외제의를 받았다면 당시는 거절했을 것이다. 그때는 준비가 안돼 있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노출을) 수용할 수 있는 폭이 커진 것 같다." 배우로서 한결 넓어진 김혜수와 새로운 영화보기를 권유하는 김 감독이 만든 '얼굴없는 미녀'.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글=안혜리, 사진=신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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