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화제]국감 끼어들기 與 단체장 로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정감사를 받게 해달라' . 공직자라면 지긋지긋하게 생각하는 국감을 거꾸로 받고싶다는 정부기관이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중 일부가 월드컵 지방경기 유치하듯 '국감 유치' 에 나서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 국회 행자위는 서울.경기.부산을 뺀 13개 자치단체에 대한 국감을 격년제로 실시한다.

관심도가 떨어지는 일부 지방은 3~4년에 한번씩 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지난 95년 이래 감사를 받아보지 못한 제주.충남.대전은 이번에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근민 (禹瑾敏) 제주지사는 이원범 (李元範) 행자위원장에게 수차례나 "감사에 와 달라" 고 사정했다.

심대평 (沈大平) 충남지사.홍선기 (洪善基) 대전시장도 행자위 소속 자민련 의원들을 상대로 여러차례 부탁했다.

이것이 주효했는지 원하는대로 피감 (被監) 기관에 끼였다.

그 바람에 야당이 단체장인 경북은 감사순서가 왔음에도 빠졌다.

시장.도지사들이 국감에 매달리는 것은 국감을 통해 지역민원을 간곡히 호소해 국회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지역경제가 날로 침체돼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파산 직전에 이르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 재정과 예산 지원에 직효약이 국정감사라는 것.

게다가 대부분 의원들이 자기 지역이라고 감싸는 경우가 많아 '송곳 질문' 이 별로 나오지 않는 점도 부담없이 유치 로비에 나서게 한다는 것이다.

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