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환의 도쿄 에세이]일본 방산비리와 율곡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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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두달여 동안 일본 방위청을 들쑤셔놓았던 방산 (防産) 비리 수사가 마무리됐다.

도쿄 (東京) 지검은 26일 방산업체들이 장비 납품비를 부풀려 청구한 것을 알고도 눈감아준 방위청 전조달본부장 등 9명을 기소했다.

방위청이 수사의 도마에 오른 것은 흔치 않은 일로 93년 한국의 율곡사업비리 파문을 연상케한다.

방산비리는 일본사회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안보분야까지 좀먹은 부패사슬 구조가 낱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위대원의 사기도 땅에 떨어졌다.

안그래도 평화헌법하에서 군복차림의 외출을 꺼리던 그들은 때마침 터진 북한미사일 발사소동에서 드러난 '정보력 부재' 까지 겹쳐 고개도 못들 지경이라고 한다.

일본의 방산비리는 군장비 조달이 군사기밀이라는 미명하에 성역시돼온 것이나 수의계약이 부패의 온상이 된 점에서 한국과 같다.

그러나 부패의 연결고리가 한국은 뇌물인데 비해 일본은 퇴임 방위청직원의 낙하산인사라는 점에서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업체는 퇴직한 방위청 직원 고용이라는 '보이지 않는 법인세' 를 내면서 방

위청의 비호를 받았다.

'업체의 장비 수주액은 방위청 출신 직원수와 비례한다' 는 소문이 간접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일본 정부는 파문의 책임을 물어 누카가 후쿠시로 (額賀福志郎) 방위청장관과 아키야마 마사히로 (秋山昌廣) 사무차관을 경질할 예정이다.

그동안 여론의 압력속에서도 실질적인 책임자인 아키야마 차관을 바꾸지 않은 것은 먼저 비리내역을 조사해 문제점을 찾아낸 후 물러나라는 뜻에서다.

문제가 불거지면 일단 바꾸고 보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수사과정에서 군사기밀인 납품장비 내역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점도 특징이다.

닮은꼴 비리지만 양국의 처리과정엔 적잖은 차이점이 보인다.

오영환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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