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란사·고혜선 교수 부부 나란히 책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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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참된 문화교류는 편견 없는 이해에서 출발합니다. " 각각 한국외국어대와 단국대에서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프란시스코 카란사 (52.언어학) , 고혜선 (48.중남미문학) 교수 부부의 말이다.

77년 콜롬비아의 대학원에서 공부하다 만나 78년에 결혼하고 남편은 81년부터, 부인은 79년부터 한국에서 학생들을 지도해왔다.

주말쯤 나올 카란사 교수의 '마법의 도시 야이누' (문학과지성사刊) .잉카문명이 무르익기 전 안데스 중북부 지방 케추아족의 신화.설화를 친근한 대화체로 재구성했다.

세상과 만물의 기원에 대한 잉카인들의 풍부한 상상력이 할아버지가 손자에서 말해주는 형식으로 서술됐다.

고 교수도 마야문명의 신화가 그대로 담긴 '뽀뽈부' (공동체의 책이란 뜻) 의 출간을 준비 중이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했던 고대인의 지혜가 농축된 '마야인의 성경' 이라는 설명. 두 권 모두 중남미 문화의 바탕에 흐르는 신화를 국내에 첫 소개한다는 의미가 있다.

"서구인의 프리즘에 굴절되지 않은 중남미의 원형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제3세계 문화를 원시적.이단적인 것으로 치부했던 서구의 왜곡된 시각을 바로잡았으면 해요. "

그들이 강조하는 것은 한국과 중남미 신화의 유사성.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의외로 '닮은꼴' 이 많다고 한다.

우리 단군신화처럼 케추아족도 곰의 자손이라는 이야기, 어린 남매가 해와 달이 된 우리 전설처럼 그들도 은하수의 탄생을 배고픈 남매의 비극에서 찾는다는 이야기 등등.

"중남미 문화의 원류를 보여준다는 흥분에 밤잠을 설칠 정도입니다. 놀랄 만큼 공통성이 많거든요. 상대를 신비하게만 여기는 것은 그만큼 서로 이해하는 기회가 없었다는 증거입니다. "

부부 교수가 지금까지 매달린 작업은 스페인어권에 대한 한국문학의 번역.소개. 황순원.김원일.김주영.이문구씨 등의 소설 20여편을 5권으로 옮기기도 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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