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인도 CEPA 비준 서둘러 시장 선점효과 키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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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리나라와 인도가 어제 자유무역협정(FTA)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에 서명했다. 2006년 2월 협상을 개시한 지 3년6개월 만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6개국(지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함과 동시에 인도와 처음으로 CEPA를 맺는 나라가 됐다.

이번 협정은 개방의 폭이 85%로 작은 데다 관세 인하 기간이 8~10년으로 개방 속도도 느린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인구 12억 명에 구매력이 세계 4위인 거대 소비시장의 문을 처음 열었다는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특히 인도는 최근 5년간 연평균 8% 넘게 성장하면서 수입 규모가 연 20% 이상 급신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장의 개방효과도 크지만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얘기다. 이번 CEPA 체결로 우리나라는 현재 인도와 자유무역 협상을 벌이고 있는 일본·유럽연합(EU)이나 공동 연구 단계인 중국에 앞서 이 거대 신흥시장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이다.

한·인도 CEPA는 상품 교역뿐만 아니라 서비스 부문과 투자 부문의 장벽을 낮추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인도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경영컨설턴트·영어보조교사 등의 전문 인력이 활발하게 국내로 유입되는 한편,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제조업 분야에서 인도에 투자 진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교역과 투자, 인력 교류가 확대될 경우 양국에 경제적인 상호 이득과 함께 정치·외교적 유대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가 국제사회에서 갖는 독보적인 입지와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인도와 외교 협력 확대는 경제적 이득 못지않다.

이처럼 다양한 효과가 기대되는 CEPA도 국회 비준 없이는 아무런 실익이 없다. 한·미 FTA는 국회 비준에 걸려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인도와의 CEPA 비준동의안은 9월 정기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국회는 FTA를 통한 시장 선점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한·인도 CEPA와 한·미 FTA 비준안을 정기국회에서 한꺼번에 처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