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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동강댐 '환경파괴 건설불가' 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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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환경부 생태계조사단이 강원도영월군 동강댐 건설과 관련해 현장조사를 벌여 '댐 건설 불가 (不可)' 결론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24일 환경부는 지난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동강댐 건설 예정지에 18명의 생태계조사단을 파견해 지형.지질과 야생동식물 분포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보고서에서 "석회동굴.습곡 등 특이한 지형이 전지역에 집중 분포하고 희귀조류인 비오리.원앙의 국내 최대 번식지여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 며 "이 일대를 보전.관리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특히 "남한에서 관찰하기 어려운 희귀한 지질현상과 뛰어난 경관을 갖고 있어 단기적 이용보다는 장기적인 환경문제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댐 건설을 주관하는 수자원공사로부터 지난해 여름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받았으나 "생태계 파괴.지반침하.수질보전 대책 등을 보완하라" 며 올 2월과 4월 두 차례 반려했다.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합의해 주지 않을 경우 승인이 나지 않아 댐 건설이 불가능해지게 된다는 점에서 이번 생태계조사 결과는 큰 의미를 갖는다.

상황이 이런데도 환경부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알려질 때까지 조사사실과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쉬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 생태계 파괴 우려 = 이번 조사에서 특히 비오리 20쌍, 원앙 15쌍, 수달 10여마리외에 층층둥굴레.연잎꿩의다리와 같은 희귀식물이 관찰됐다. 조사단은 "댐 건설로 수심이 깊어지면 양서.파충류가 사라지고 이를 먹고 사는 천연기념물인 새매.황조롱이 등 희귀새도 먹이를 구하지 못해 줄어들게 된다" 고 지적했다.

또 저지대에서 번식하는 희귀식물이나 보호어류인 묵납자루도 댐이 건설되면 사라질 우려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 관련부처 입장 = 환경부는 일단 연말에 제출될 수자원공사의 생태계 정밀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상태. 안영재 (安榮載) 자연보전국장은 "조사단이 '댐 건설 불가' 결론을 내렸지만 이번 조사는 공개가 목적이 아니어서 발표하지 않았다" 며 "수자원공사의 정밀조사 결과를 검토할 때 이를 중요한 판단근거로 삼을 방침" 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아직 환경부로부터 공식입장을 전달받지 않았다" 며 "동강댐 건설은 필요한 만큼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겠다" 고 말했다.

◇ 댐 건설계획 = 건교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수도권 물부족과 홍수예방을 위해 강원도영월군영월읍거운리에 저수량 7억t의 동강댐을 지난 96년 착공해 2001년 완공키로 했으나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로 건설이 늦어지고 있다.

댐이 들어서면 정선군정선읍.영월군영월읍.평창군미탄면 등 총 22㎢가 수몰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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