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유정민 의무소방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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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복무 기간이지만 내가 몸담았던 곳에 뭔가 의미 있는 것을 남겨놓고싶었습니다."

제대를 4개월 앞둔 의무소방대원이 과외공부 엄두를 못내는 벽지 중학생을 대상으로 공부방을 개설했다.

울산시 온산소방서 산하 삼동파견소에 근무중인 유정민(23.사진)수경. 한양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 2학년1학기를 마치고 2002년 8월 입대, 줄곧 울산시내에서 근무하다 지난 5월 현 근무지로 옮겨왔다.

그는 지난달 26일부터 삼동면내 중학생 6명에게 월~목요일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파견소내 사무실에서 영어 과외지도를 하고 있다. 학생들은 전원 시골 농민들의 자녀들로 울산시내까지 왕복 통학시간만 2시간 가량 걸리는데다, 가정 형편도 넉넉찮아 도심지 학생들처럼 과외공부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유 수경이 과외봉사를 제안하자 이채우 온산소방서장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며 동네 이장들에게 의뢰,학생들을 모아줬다.

학부모들은 "과외를 시킬 형편이 못돼 자녀들에게 늘 미안했는데 유 수경이 마음 고생을 덜어줬다"며 반겼다.

유 수경은 "그동안은 개인 과외가 일상화된 울산시내에서 근무했는데다 졸병이어서 지역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며 "전역 때까지 얼마남지 않았지만 착실히 기틀을 잡아 후배 소방대원들이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 "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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