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수매가 국회동의제 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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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쌀값도 시장에서 결정한다.

정부가 수매가 안을 내놓고 국회가 동의해 주는 제도가 사라지는 것이다. 정부가 쌀을 수매하는 제도 자체도 머지않아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매제가 존속하는 당분간은 국무회의에서 수매가를 정하도록 했다. 대신 시가에 쌀을 사 비축하는 공공 비축제가 도입된다.

농림부는 3일 이런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7일 입법예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이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 하반기에 시행된다. 그러나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고, 농업보조금 감축 문제를 다루는 다자 간 무역협상(도하개발어젠다)이 내년 말에야 끝나기 때문에 실제 시행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있다.

추곡수매제는 1948년 정부 수립 때 생겼고, 국회 동의제는 50년 도입돼 72년 폐지됐다 88년 여소야대(與小野大)정국에서 부활했다.

그동안 쌀 가격을 국회가 최종적으로 정하다 보니 경제 논리보다는 정치적 이해에 따라 좌지우지됐다. 국산 쌀이 외국산 쌀보다 4~5배 비싼데도 쌀 수입이 시작된 95년 이후 수매가는 한번도 내리지 않았다. 지난해 정부가 2% 인하안을 내놨으나 농민표를 의식한 국회는 수매가를 동결했다.

농민단체들은 이번 주말 지역별로 반대 집회를 열 계획이다. 현재 쌀 수매 물량은 전체 생산량의 10% 수준이지만 수매가는 전체 쌀값의 기준 가격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매제가 없어지면 쌀값이 급락할 것으로 농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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