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취재의지까지 가둘 참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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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앙일간지인 국민일보의 사회부기자가 검사의 컴퓨터에서 수사기록을 프린트했다가 절도미수 및 건조물침입 혐의로 구속됐다.

언론인이 명예훼손 등의 필화 (筆禍) 로 구속된 예는 적지 않으나 '취재대상물의 입수방법' 과 관련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이 사건은 언론의 취재방법, 검찰.법원의 사법권행사 등을 둘러싸고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기자 권익단체와 여야 정당은 구속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이 일을 결국 인신구속으로까지 가져간 검찰과 법원은 포괄적인 차원에서도 신중하지 못했고 실질적인 문제에서도 감정적이고 무리한 판단을 내렸다.

우선 포괄적인 측면에서 볼 때 사건은 단순한 실정법의 차원을 넘어 독자의 정보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언론의 공익 (公益) 적 의지, 수사내용을 공개 또는 보안하는데 있어 검찰이 보여준 흔들리는 원칙, 그것이 빚는 취재환경의 한계, '국민의 정부' 권력기관의 언론에 대한 존중과 절도 (節度) 등의 문제를 내포한다.

물론 기자라고 해서 법집행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아울러 그동안 사법문제에 있어 언론이 성역적 특혜를 누린 사례도 없지 않다는 비판이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분명 권력형 비리도, 사익 (私益)에 몰두한 파렴치 행위도 아니다.

단순히 언론계에서 일부 관행처럼 있어 온 취재방법을 구사하려다 국가기관에 누를 끼친 정도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그렇지만, 특히 지금과 같은 '개혁의 시대' 에선 언론이 감시자로서 적절한 사기 (士氣) 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론에 대해 사법기관은 개혁의 동반자로서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대국적 견지에서 이 사안을 다뤘어야 했다.

실질적인 측면에서도 검찰과 법원은 인신구속의 절제선을 넘었다.

사법기관이 인신을 구속하기에 앞서 행위의 동기,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를 신중히 따져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이번 사건이 취재방법상으로는 무리한 점이 있으나 해당기자나 신문사가 유감을 표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지 않았는가.

더군다나 문제를 일으킨 기자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

정치권 사정 (司正) 과 선거법 재판에서 검찰과 법원은 공정성에 대해 언론으로부터 비판을 받아 왔다.

앞서 언급된대로 이번 사안의 전후가 그러한데도 검찰.법원이 상식적인 수준의 대응을 넘어 구속 조치를 강행한 것이 언론에 대한 감정적 대응 내지 언론 길들이기의 불순한 의도라는 의혹이 있다면 이는 그들에게 또 다른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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