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적 지역감정 내각제로 고치자”김종필 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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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종필 (金鍾泌) 국무총리가 16일 부산을 방문, 내각제 개헌을 역설했다.

부산 동의대에서 명예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고난 뒤의 특강에서다.

그는 지난달 28일 명지대에서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으면서도 내각제 개헌을 강조했었다.

그렇지만 이번 부산 강연은 다른 접근방식을 택했다.

'지역감정' 의 해법 (解法) 으로 내각제를 내놓았다.

JP는 1천5백여 청중을 향해 "최근 지역감정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안타까운 얘기가 들린다" 고 언급한 뒤 " (내각제를 하면) 인사편중이니 망국적 지역감정이니 하는 소리도 없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호남편중인사 시비를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부산지역이 정권교체 후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상실감을 많이 느끼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발언" 이라고 총리실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이어 JP는 "미국 시인 프로스트가 '나는 지켜야할 약속이 있다.

잠들기 전 가야 할 몇 마일이 있다' 고 노래한 것처럼 앞으로 가야 할 몇 마일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가 내각제를 다짐할 때마다 꺼내는게 프로스트의 이 시구 (詩句) 다.

강연내용은 자민련의 내각제 추진 시동과 맥락을 같이한다.

JP는 지난 12일 자민련 지구당위원장들과의 모임에서 "내각제 개헌 약속을 잊어버리지 말라" 고 당부했다.

자민련 내각제추진위원장인 김용환 (金龍煥) 수석부총재는 JP의 내각제 개헌 의지에 대해 "5.16 당시의 심경으로 돌아가 내각제를 추진하겠다는 말을 했다" 고 전했다.

JP로서는 가장 비장한 표현이다.

그렇다고 JP가 당장 내각제 개헌의 전면에 나선 것은 아니다.

그는 아직 정부나 당과 관련된 공식 행사에서는 내각제 추진을 강하게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

대신 비공식적인 모임이나 대학의 특강 등에서 우회적인 표현으로 내각제를 거론한다. JP는 내각제의 불씨는 계속 살려놓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계속되는 사정 (司正) 과 국민회의 일각의 민주대연합구상 등 정계개편 움직임 속에서 방심하다간 그 불씨마저 꺼질 수 있는 상황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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