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 이례적 구속 … “사정 신호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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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나라당 임두성 의원이 구속된 4일 검찰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대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임 의원의 구속 사실을 전했다. 임 의원은 현 정부 들어 개인비리 혐의로 처음 구속된 여당 의원이다. 정치인들에 대한 통상의 검찰 수사 관행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모습이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비리 의혹이 있는 인사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수사를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해 달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의 낙마로 인해 두 달 이상 검찰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자성의 의미가 담겼다는 것이다.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와 검찰 인사와는 상관없이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정치권과 검찰 일각에서는 ‘정치인들에 대한 검찰의 사정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의 한 간부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침체된 조직 기강을 잡기 위해서라도 일에 대한 긴장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무부와 대검은 일선 검찰에 수사를 독려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도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중도실용주의와 함께 강조한 또 다른 축이 법질서 확립”이라며 “이 같은 차원에서 정치권에 대해서도 잘못이 있다면 검찰이 성역 없이 수사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 대한 이 대통령의 부정적인 인식과 미디어법 통과 이후 정치적인 상황도 검찰 수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임 의원의 경우 범죄 사실이 명백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고,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것”이라며 “검찰의 향후 수사에 대해 우리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검찰이 김준규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앞두고 정치권을 압박하기 위해 사정설을 흘리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20억원은 복지기금 기부=임 의원은 해명자료를 내고 “전국 한센인들의 모임인 한빛복지협회 살림이 쪼들리던 때라 돈을 매우 감사하게 받았고, 한센인 복지센터 건립 등 전국 한센인들의 복지와 권익 증진을 위해 요긴하게 썼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한 사람의 일방적 진술에만 의존해 피의사실을 단정 짓고 나의 대질신문 요구조차 묵살하는 등 국회의원 신분을 이용한 권력형 비리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전국 10만 한센가족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검찰을 상대로 끝까지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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