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원 국정감사 자료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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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정감사 1주일을 앞두고 정부와 국회, 여야간 날카로운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개별 의원이 소속 상임위원회를 통해 정부에 전달한 자료요청 건수는 14일 현재 4만여건. 재정경제부.국세청.예산청.조달청 등을 관장하는 재경위원회에만 5천건 정도가 접수됐다.

김재천 (金在千.한나라당.재경위) 의원은 무려 1천2백건을 접수, 최다 신청을 기록했다.

정부측은 "의원들의 요구 내용이 추상적이거나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고 불만이다.

정부측은 이런 이유들을 들어 "조사하기 어려운 요구이므로 양해 바란다" 는 식으로 답변서를 꾸미고 있다.

때문에 초.재선 야당 의원들 사무실엔 해당 부서 담당관에게 위협반 애걸반 (?) 으로 당부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여당 의원은 그들대로 "정부측을 살살 다루라" 는 내부지침이 내려갔지만 '야당 체질' 이 남아 있어 변신이 쉽지 않다.

행정자치부.경찰청을 상대로 하는 행정자치위원회의 핵심 메뉴는 인사편중 문제. 한나라당 L의원과 자민련 P의원은 '정부부처 1급 공무원 및 경무관 이상의 출신지 현황 및 지난해와의 비교자료' '전국 정보형사의 출신지 현황' 을 각각 요구했다.

정부측은 "공무원의 원적.본적.출신고교는 공개하지 않기로 돼있다" 는 이유로 이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여당인 P의원은 포기했으나 초선의 야당 L의원은 PC통신 인물정보.인명록을 동원해 인사의 지역편중을 '폭로' 하겠다며 밤샘작업 중이다.

정문화 (鄭文和.한나라당.행자위) 의원은 "4대 지방 교통방송의 청취율이 평균 40%에 이른다" 는 경찰청 답변서를 받고 답변거부.허위답변 등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고 전단계로 해당 부처 장관의 소명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들면서 정확한 답변을 다시 요구하기도 했다.

정부가 요리조리 빠져나가면서 의원과 정부 담당자간에 '머리 싸움' 도 치열하다.

변호사.의사 등 전문가 집단의 실질 총소득을 잡아내 세금탈루 규모를 폭로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김재천 의원은 정부 관계자가 답변을 미루자 "전문 인적 용역에게 부가세가 부과되면 얼마만큼의 세수효과가 나는가" 라는 우회 질문서를 보냈다.

그러나 국세청측은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며 차일피일. 고액과외 명단 등 줄달리기 대상은 많다.

전영기.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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