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 "휴가도 못가고…" 볼멘소리

중앙일보

입력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불만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불만의 초점은 주로 국회의원들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일을 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국회의원들은 일을 너무 많이 한다고 푸념한다. 살인적 더위가 기승을 부린 요즘 휴가도 못가고 일에 메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3일) 오전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회의를 시작하기 직전 나눈 대화를 들여다 보면 휴가에 대한 의원들의 생각이 삐져 나온다. 의원들의 푸념이고 볼멘소리지만 그 말에는 그들의 속셈이 다 젖어있다.

이날 오전 국회 당의장실. 7시30분부터 예정된 기획자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우리당 의원 8명이 들어왔다. 회의 시작 전 신기남의장이 말문을 열었다.

신기남 의장 :“일년 열두달 쉼없이 가동하는 정치권은 대한민국 밖에 없을거야. 다 기자들 위해서….”

문희상 의원 :“일하는 대통령, 일하는 총리, 일하는 의원, 일하는 기자. 컨셉이 딱 맞는다.”

신기남 의장 :“미국 대통령은 얼마나 쉬나?”

민병두 의원 :“미국 대통령은 크리스마스, 이스터(부활절) 등등 다 쉰다.”

신기남 의장 :“어제 보니까 프랑스는 법적으로 휴가가 5주더라. 7월 하순부터 8월까지는 아예 (업무 등이) 정지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생산성은 오히려 올라간다는데.”

김한길 의원 :“한여름에 회의한다고 둘러 앉아서 남의 나라 쉬는 얘기 하면 뭐하냐고.”

김의원의 말을 마침표로 본회의가 시작됐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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