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운용 목적은 “범죄 예방”(사무처 설명)이다. 물론 무슨 범죄가 얼마나 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국회 사람들은 지난 연말부터 ‘충돌-부상-소송전’을 반복해 온 국회 폭력 사태가 계기가 됐다고 짐작할 뿐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노영민 대변인)며 한동안 국회사무처 측을 상대로 항의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말은 안 했지만 감시를 받는다는 사실에 불편해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미디어 관련법이 처리되자 CCTV를 둘러싼 논쟁은 엉뚱하게 바뀌었다. CCTV를 찜찜해하던 각 당은 갑자기 CCTV를 신줏단지 모시듯 하고 있다.
민주당은 “헌법기관(의원)의 행위를 개인 정보라고 하는 건 어이가 없다”(김종률 의원), “대리투표의 물증“(전병헌 의원)이라며 CCTV 화면을 원하고 있다. 질세라 한나라당도 ‘공개’를 요구했다. 공개하는 건 찍는 것보다 더 예민한 문제인데도 말이다.
지난달 24일 사무처가 CCTV 대신 국회방송의 본회의장 녹화분을 제공하자 논쟁은 더 단순해졌다. “서로 다른 화면을 줬다”(민주당), “똑같은 화면이다”(한나라당) 등으로 일주일째 옥신각신하고 있다. 간식 시간에 초등학생들이 “쟤는 크림빵인데 나는 왜 팥빵을 주느냐”고 다투며 빵을 나눠 주는 사람(선생님)에게 매달리는 식이다.
여야가 자신에게 유리한 화면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사이에 국회가 CCTV의 요새가 된 상황을 문제 삼는 주장들은 실종됐다. 불신의 늪에 빠져 싸움의 수단 개발에 골몰하다가 한국 국회는 CCTV에 갇혀 버렸다.
임장혁 정치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