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빵봉사' 10년 안명복.곽현숙씨 부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쪼들리는 형편에도 10여년 동안 불우이웃에 '사랑의 빵' 을 나누어준 부부가 있어 화제다.

광명시광명7동 하이츠아파트 단지내 중앙상가에서 '케익타운' 제과점을 운영하는 안명복 (安明福.46) 씨와 부인 곽현숙 (郭玄淑.42) 씨는 고아원생들에게 '빵 아저씨.아줌마' 로 불린다.

서울 오류동에서 1천2백만원짜리 단칸방 전세를 사는 이들은 거의 매주 토.일요일마다 1백개씩 담긴 빵 보따리를 들고 정신박약아와 중증장애인들이 살고있는 광명 사랑의 집 (원장 羅根旺.38) 과 무의탁 노인들이 묵고 있는 군포 옐림복지타운 (원장 鄭仁甲.59) 등 서울.경기지역의 사회복지시설을 찾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安씨 부부의 이러한 '빵 봉사' 는 지난 88년 2월 서울 오류동에 제과점을 열면서 시작됐다.

우연히 같은 교회에 다니는 신도로부터 복지시설에 있는 고아들이 성장기임에도 잘 먹지 못해 정상적인 신체발육이 안되고 있다는 말을 듣고부터였다.

원생들에게 안쓰러움이 든 安씨 부부는 그후로 잘못 구워져 제모양을 잃었거나 조각나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빵을 모아 고아수용 시설인 인근 연세복지관을 찾았다.

이따금 '형편도 변변치 않은데 무슨 봉사냐' 는 친척들의 비아냥거림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으나 빵을 받아들고 기뻐하는 고아원생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손을 놓을 수 없다.

광명 사랑의 집 羅원장은 "수년째 安씨 부부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아직도 연락처조차 모르고 있다" 며 자신들을 내세우지 않는 선행에 고마워 했다.

정찬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