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애널리스트들, 실적 전망 인색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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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주가와 실적 전망이 너무 낙관적이다’. 평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자주 듣는 비판이다. 그러나 올 2분기 기업 실적에 대한 이들의 전망은 거꾸로 너무 인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대형 오차’로 망신살이 뻗친 전망 보고서들이 즐비하다.

2일 증권정보 제공업체인 FN가이드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이 낸 2분기 실적 전망 가운데 57%가량이 실제 실적보다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7월 31일까지 2분기 실적이 나온 124개 코스피 및 코스닥 주요 기업에 대한 29개 증권사의 실적 전망 보고서(2, 3월 발표 기준) 821건을 실제치(영업이익 기준)와 비교한 결과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애널리스트들이 환율효과와 중국 특수를 과소평가하는 바람에 2분기 실적 전망치를 낮춰 잡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2~3월에 나온 2분기 실적 전망 보고서 중 가장 정확하게 실적을 전망한 애널리스트로는 유진투자증권의 공정호 애널리스트가 선정됐다. 그가 지난 3월 15일 제시한 한국타이어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실제치보다 0.06% 낮은 데 불과했다. 이 밖에 추정치가 실제치보다 1% 미만의 차이로 작았거나 컸던 전망도 18건을 기록했다. 2분기 실적 발표 기업 중 ‘어닝 쇼크’로 애널리스트들을 가장 크게 실망시켰던 기업은 S-Oil과 POSCO였다. 영업이익을 과대 추정한 보고서의 상위 10건 중 S-Oil이 절반을, POSCO가 3건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정보기술(IT) 업체들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실제 영업이익이 추정치보다 컸던 상위 10건의 전망 중 삼성전자·삼성전기·LG전자·파이컴 등 IT 기업에 대한 전망이 절반을 차지했다.

시가총액 10위 기업 중 실적 발표가 이뤄진 8곳을 대상으로 추정치와 실제치를 비교한 결과 대부분 전망이 크게 엇나갔다. 삼성전자에 대한 실적 전망 19건 중 12건이 영업적자를 예상했다. 또 영업흑자 전망 7건도 실제치보다 크게 낮았다. 실제 삼성전자는 본사 기준으로 1조6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국전력의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예상한 보고서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와 함께 LG디스플레이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전망도 큰 오차를 기록했다. 12명 중 11명이 영업적자를 예상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2260억원의 흑자를 냈다.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 엇나간 것에 대해 증권 전문가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되는 통찰력의 부재를 원인으로 꼽는다.

박종규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사장은 “대개의 애널리스트가 기존에 제시된 수치를 놓고 실적을 전망한다”며 “큰 변화 없이 일정한 추세가 이어질 때는 이런 방식이 통하지만 시장 상황이 급변할 때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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