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건전한 사립교는 오히려 육성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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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여야가 각각 사립학교의 운영과 규제를 담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열린우리당은 사학에 만연한 부조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설립자 또는 이사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재정구조와 교육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제재는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사학의 비중은 매우 높아 학교 수를 기준으로 고교는 46%, 전문대는 89.9%, 대학은 78.9%를 차지한다. 사학이 정부를 대신, 인재양성을 통해 국가.사회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엄청난 공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학은 부패의 온상으로 전락해 지탄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근대적인 족벌 경영, 파행적인 학사 운영, 교비 유용과 횡령, 금전 수수 채용 등 탈법과 불법 행위가 허다하게 발생한다.

학교 현장을 부정으로 얼룩지게 하고 학생의 학습권과 학부모의 교육권에 상처를 주는 사학은 퇴출이 불가피하다. 현재 1990여개 사학의 실상을 보면 재단의 전횡으로 분규 중인 사학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대다수 사학은 재정자립도가 높고 건학이념에 맞춰 착실하게 학생을 가르치는 본연의 책무를 다하고 있다. 따라서 사립학교법 개정의 큰 틀은 정상적인 사학은 자율성을 보장하고 부실한 사학에 대해서는 책임을 철저하게 묻는 형태가 돼야 한다.

여당의 개정안은 모든 사학의 운영권을 교수.교사.학부모.직원.지역인사로 구성되는 학교운영위원회로 넘기는 게 골자다. 이럴 경우 학교의 경영권이 특정 세력에 넘어가는 결과를 초래해 사학 재단은 사유재산을 빼앗기고 편향된 교육이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전교조를 비롯, 44개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사립학교법 개정 국민운동본부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대학총장 선출에 직원과 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동문까지 가세하는 꼴불견이 벌어지고, 사립 중.고에서도 같은 사태가 일어나서야 되겠는가. 부실 사학을 징벌한다는 명분으로 건실한 사학까지 손을 대려 해서는 안 된다. 건전 사학은 오히려 장려하는 방향으로 사립학교법을 손질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