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집 낸 힙합그룹 '업타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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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해 업타운이 부른 '내일을 위해' 를 들어보면 이 힙합4인조의 자부심이 금방 드러난다.

"코리아에는 여자 래퍼가 별로 없어/그래서 내가 왔다 (중략) /래퍼라면 '비트박스' 도 할 줄 알아야지/잘 하지도 못하면서 잘난척 하는 래퍼들은 모두 사라져…. " 조금 건방지게 들리기도 하지만 가요계는 "적어도 실력면에선 그런 말을 할 만도 하다" 고 인정해준다.

그만큼 업타운의 음악은 수준급이다.

재미교포 멤버가 셋 (윤미래.김상욱.이현수) 인 업타운은 "버터냄새가 너무 난다" 는 푸념을 들을 정도로 강한 흑인음악을 구사한다.

무겁되 여백이 있는 베이스 리듬, 육중하게 꽂히는 갱스터랩, 흑인풍의 춤사위는 이들의 전매특허다.

특히 선율감이 넘치는 랩과 여성보컬 윤미래의 화끈한 목소리에 팬들은 열광한다.

하지만 대중적 반응은 음악성만큼 드높지 못했다.

지난해 3월 낸 데뷔음반은 "오랜만에 물건 나왔다" 는 화제를 일으키며 20만장 정도 나갔다.

그러나 반년 뒤 정통힙합 색채를 강화해 낸 2집은 10만장에도 못미쳤다.

막 나온 3집은 타이틀곡 '올라 올라' 가 상당히 대중적이라 어떤 변화를 느끼게한다.

강한 힙합 리듬은 업타운적이지만 전체적으로 댄스팝 성격이 짙다.

랩은 1.2집때의 절반으로 줄어든 대신 드라마틱한 멜로디와 백보컬이 전면에 나선다.

'올라' (스페인어로 '안녕하세요' )가 반복되는 후렴구는 초등학생도 금방 따라할만큼 쉬운 댄스가요적 요소. 또 가상의 남자애인에게 펼치는 윤미래의 공격적인 구애가 '내게 다가와' 역시 중간 템포의 댄스곡이다.

이소라의 '난 행복해' 를 진한 리듬 앤드 블루스로 부른 것이나 CF모델 박탐희가 객원보컬로 들어온 것에서도 대중적 고려가 느껴진다.

이런 변화를 골수팬들은 물론 아쉬워한다.

그러나 나머지 수록된 13곡은 특유의 중독성 강한 '검은 리듬감' 이 살아있다.

각양각색의 랩으로 멜로디를 끌고가는 '기다리겠어' 나, 영어가사로 진행되는 힙합댄스 '용서해줘' 등이 특히 그렇다.

그러나 업타운은 단순히 흑인음악의 황색버전은 아니다.

지난8월 그들은 경기도립 국악단과 협연을 했다.

그들의 음악을 좋아한 이준호 예술감독의 초청에 따른 것이었다.

리허설을 제대로 못한채 무대에 오른 그들은 처음에는 베이스기타에 맞춰 노래했다.

그러나 이내 국악 북장단에 그들의 힙합리듬을 맞췄다.

그들의 노래 '내일을 위해' 와 '다시 만나줘' 는 경기도립 국악단이 연주한 최초의 힙합가요가 되었다.

일본.중국.싱가포르 등에서 공연.음반제작 제의를 해오는 것처럼 외국의 반응이 뜨거운 것도 이들의 개성을 입증한다.

업타운은 방송에서 못들려준 본격 힙합 노래들을 라이브로 들려줄 계획을 갖고있다.

11월4일~8일 서울대학로 라이브2관 (02 - 766 - 5417)에서 첫 단독공연을 갖고 1~3집 주요 수록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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