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총격 요청 의혹사건' 검찰이 풀어야할 숙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판문점 총격 요청 의혹' 사건을 안기부로부터 넘겨받아 수사중인 검찰은 "공안사건이므로 수사 진행상황을 발표할 수 없다" 며 계속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검찰 주변에선 수사팀이 지금까지 제기된 의문점을 풀지 못한 채 답보상태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눈길을 보내고 있다.

◇ 3인방은 비선 조직원인가 = 아직까지 검찰은 구속된 오정은 (吳靜恩).한성기 (韓成基).장석중 (張錫重) 씨 등 3명이 지난해 대선 당시 이회창 (李會昌) 후보측의 비선 조직원인지 여부를 명확하게 결론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기부는 이들 세사람이 지난해 11월 초순부터 12월 초순까지 1주일에 3~4회 회합을 갖고 보고서를 만들었으며, 이중 韓씨는 李후보와 박찬종 (朴燦鍾) 씨의 화해를 주선할 정도로 한나라당 대선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측은 물론 구속중인 3명도 검찰 조사에서 李후보측의 비선 조직원이라는 점을 강력 부인하고 있다.

◇ 배후는 누구인가 = 이들이 비선 조직의 일원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나면 배후에 누가 있는가를 밝히는 것이 검찰의 다음 과제. 안기부는 이회창 총재의 동생 회성 (會晟.53) 씨와 吳씨의 외삼촌인 한나라당 박관용 (朴寬用) 의원, 한나라당 J의원을 배후인물로 지목하고 있으며 회성씨는 출국금지된 상태다.

韓씨는 안기부 조사에서 "지난해 12월 이회성씨에게 '북한에 판문점 총격을 요청하겠다' 고 제의하자 '신중히 대처하라' 며 여비 5백만원을 주었다" 고 진술했으나 변호인을 접견한 자리에서는 고문에 의한 자백이라며 진술 내용을 번복, 고문시비를 촉발시켰다.

◇ 공작금과 가혹행위 여부 규명 = 배후 규명 작업과 관련, 이들 세사람이 베이징 (北京) 까지 가 북측 관계자들을 만나는데 사용한 거액의 '공작금' 출처를 밝히는 것이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검찰은 또 사건과 본질적으로 연결된 이같은 의문점 해소와 함께 고문조작 시비 해소라는 숙제를 덤으로 안게 됐다.

김대중 대통령이 고문 시비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을 뿐만 아니라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수사 결과에 대한 설득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김상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