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T 접목 … 목표 입력하면 자동 비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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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첫선을 보인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은 승무원 4명, 무장병력 9명을 태운 채 최대속도 시속 259㎞로 날며 백두산 높이에서도 제자리 비행이 가능하다. [사천=뉴시스]

한국이 처음으로 개발한 한국형 기동헬기(KUH) ‘수리온’이 31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남 사천공장에서 출고됐다. 수리온 시제 1호기의 출고로 한국은 세계 11번째 헬기 개발국에 진입했다. 방위사업청과 지식경제부가 2006년 6월부터 1조3000억원을 투입해 개발에 착수한 지 38개월 만이다. 노후 헬기 UH-1H와 500MD를 교체할 수리온은 앞으로 지상·비행 시험을 거쳐 2012년 6월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245대가 생산될 계획이다.

이날 출고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기동헬기 개발 사업과 관련, “시작할 때 일부에서는 우리 힘으로 설계와 개발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심도 적지 않았다”며 “그러나 우리는 강한 긍정과 도전정신으로 영광의 결실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수리온은) 앞으로 우리 군 전력 증강은 물론 방산 수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기동헬기의 별명인 ‘수리온’은 독수리의 용맹함과 기동성을 표현한 ‘수리’와 100% 국산화를 뜻하는 ‘온’을 합친 용어다.

수리온은 기동헬기로서는 한국 정보기술(IT)이 접목된 세계 최첨단 수준이다. 완전히 컴퓨터로 설계했다. 중무장한 1개 분대(9명)를 태우고 백두산 높이인 2700m 이상에서도 제자리 비행이 가능하다. 한반도의 어떤 산악 지형에서도 공수·구조·수색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디지털 지도와 위성 및 관성항법장치를 갖춰 목표 지점까지 자동 비행도 가능하다. 비행 조종 컴퓨터와 전방관측적외선장치는 악천후와 야간에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방관측적외선장치는 미세한 온도(적외선) 차이를 이용해 야간에 지상 광경을 보여 주는 장치다.

통합헬멧시현장치는 조종사 헬멧의 고글에 각종 정보를 나타내 상황 파악을 돕는다. 적이 미사일을 쏘면 미사일경보수신기와 레이저경보장치로 재빨리 감지, 레이더를 혼란시키는 채프와 불꽃 덩어리인 플레어로 미사일을 교란시킬 수 있다. 상태감시장치는 수리온의 주요 부품의 교체 시기를 예고해 고장을 예방한다.

수리온 개발에는 180여 개의 국내외 업체가 참여, 부품의 90% 이상을 국산화했다. 특히 기술 이전을 꺼리는 헬기의 핵심 부품인 로터 블레이드(프로펠러)를 국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KAI는 유로콥터와 공동으로 수리온 300대가량을 해외에 수출할 것으로도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수리온을 기반으로 국산 공격헬기와 의무·상륙·소방헬기 등 다양한 모델도 개발할 계획이다.

사천=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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