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2연속 금 찌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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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칼이 부딪치는 경쾌한 금속성 울림, 여기에 선수들의 빠른 발놀림과 재빠른 찌르기 뒤에 터지는 함성.

태릉선수촌 펜싱대표팀의 훈련장에 가면 진한 땀냄새와 함께 들을 수 있는 아름다운 소리다.

한국 펜싱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낼 때도 모두 놀랐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이전보다 더욱 강해진 펜싱의 '조용한 성장'이 다시 한번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마지막 준비에 여념이 없다.

4년 전 김영호라는 스타 혼자 빛을 발했다면 이번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개인전뿐 아니라 단체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여자 에페와 함께 남자 플뢰레의 단체전이 메달 후보로 손색이 없다.

우선 맏언니 김희정(29.계룡시청)을 필두로 이금남(28) 김미정(28.이상 광주서구청) 등의 베테랑들이 버틴 여자 에페는 경험 면이나 기량 면에서 프랑스 중국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에 뒤질 것이 없다는 평가다. 특히 언제나 국제대회 우승 뒤에는 "이번엔 반드시 시집가겠다"고 당차게 말해온 김희정은 조정남 펜싱협회장이 내놓은 포상금 1억원을 챙겨 두둑한 시집밑천을 마련할 태세다.

김영호 코치가 이끄는 남자 플뢰레도 놀라운 상승세를 보이며 금빛 찌르기를 준비하고 있다. 김운성(27.대전도시개발공사)과 박희경(25.울산광역시청) 최병철(23) 하창덕(22.이상 상무)의 남자 플뢰레 팀은 지난달 쿠바 월드컵 단체전 4강전서 중국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 끝에 패했다. 하지만 당시를 두고 김영호 코치가 "전력을 감춘 것일 뿐"이라고 말할 만큼 자신감에 차 있다.

여기에 남자 에페의 터줏대감 이상엽(32.부산광역시청)도 지난달 쿠바 월드컵에서 국제대회 첫 개인전 우승을 차지하며 국제대회 징크스 탈출의 계기를 만들었다. 이상엽은 지난 시드니올림픽 단체전 이탈리아와의 준결승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 검이 고장난 사실을 모르고 경기하다 역전패하는 비운을 맛봤지만 절치부심 끝에 세 번째 올림픽인 아테네에서 뭔가 보여줄 각오다. 또 153cm의 단신임에도 '악발이 정신'으로 장신 선수들을 혼내주기 일쑤인 여자 플뢰레의 남현희(23.성북구청)도 개인전에서 깜짝 메달을 기대하게 한다.

이 밖에 남자 사브르 오은석(21.동의대) 여자 사브르 이신미(21.한체대) 등 급성장 중인 젊은 선수들도 이변을 노리고 있다.

일간스포츠 송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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