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파장]'신북풍' 폭발력 관심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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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해 대선당시 이회창 (李會昌) 한나라당후보 비선조직원들이 북한측에 '판문점 총격' 을 요청했다는 안기부 수사결과에 따라 '안기부 북풍' 에 이어 '신 (新) 북풍' 파문이 거세게 일고 있다.

사건 수사를 맡았던 안기부 관계자들은 사건이 공개된 후 함구하고 있으며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지검 공안1부 관계자들은 "이들이 이회창후보의 비선조직원이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사정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한나라당이 쑥대밭이 될 것" 이라고 말해 그동안의 수사를 통해 李총재의 측근이나 한나라당측과의 연결고리가 상당부분 파악됐음을 내비치고 있다.

검찰의 보강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만약 한성기씨 등 3명이 당시 이회창후보측 비선조직원이었던 사실만 확인되면 설령 한나라당이나 李후보측이 총격전 요청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李총재는 정치적.도덕적으로 결정타를 맞게 될 전망이다.

이미 1심에서 권영해 (權寧海) 전안기부장 등 전직 안기부 간부들이 모두 유죄판결을 받은 북풍공작사건의 경우 비록 김대중 (金大中) 후보에게 불리한 국면조성을 위한 공작이었음이 수사.재판을 통해 확인됐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한나라당측과의 직접적 연결고리는 드러나지 않았었다.

이에 비해 '제2의 북풍공작' 으로 불릴 이번 사건은 李후보측이 상대진영에 불리한 상황을 만드는 공작에 직접 개입한 혐의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폭발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일반의 관측이다.

이같은 상황인식 때문인지 검찰은 지난달 25일 한성기씨 등 관련자 3명을 안기부로부터 구속송치받은 뒤 공안1부 대공담당검사 3명 전원으로 수사팀을 구성, 관련자 소환조사를 준비중이다.

사건의 비중을 의식해 검찰은 "이번 사건의 성격상 관련자들을 기소하는 22일 무렵까지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지도 않겠다" 며 수사상황과 내용에 상당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이번 사건의 배후규명과는 별도로 수사착수의 배경과 관련해 장석중씨의 신분과 안기부 수사과정에서의 고문주장이 시빗거리로 부각될 소지가 있다.

전직 안기부 간부 등에 따르면 張씨는 올해초 일부가 공개돼 파란을 몰고 왔던 '해외공작원 정보보고' 등 북풍공작문건에도 '흑금성' 과 마찬가지로 안기부가 집중적으로 관리해온 인물로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성기씨 등 3명이 이회창후보 비선조직원들이었다 하더라도 이들이 독자적으로 중국 베이징 (北京)에서 북측인사와 접촉한 것이 아니라 당시 안기부의 협조 혹은 묵인아래서 북측과 거래를 시도했다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따라서 안기부는 이번 사건을 최소한 권영해 전안기부장을 구속한 1차 북풍공작사건때 알고 있다가 이번에 공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정치적 보복성 수사라는 논란을 부추길 수 있다.

국민회의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이 지난해 12월 안기부 관계자의 제보라면서 "정부.여당이 북한군의 판문점 무력시위를 일으키려 한다는 정보가 있다" 고 주장했던 것도 이같은 추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 함께 韓씨가 안기부 조사에서 李총재의 동생 회성씨에게 총격전 요청계획을 설명하고 여비까지 받았다고 진술했다가 검찰에서는 고문에 못이긴 허위진술이었다고 번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미 정치권에서 공방이 일고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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