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북풍' 검찰수사 경위·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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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해 대선 당시 이회창 (李會昌) 한나라당 후보 비선조직원들이 북한측에 '판문점 총격' 을 요청했다는 안기부 수사 결과에 따라 '안기부 북풍공작' 에 이어 '제2의 북풍공작' 의혹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됐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이들이 이회창후보의 비선조직원이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고 말하고 있지만 보강수사를 통해 특정 정치세력과 관련사실이 밝혀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 사건내용 = 한성기씨는 대북 창구를 구축해 둔 장석중씨와 함께 지난해 12월 10일 중국 베이징 (北京) 의 캠핀스키 호텔에서 북한 대외경제위원회 참사관 李모씨 등 3명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韓씨는 옥수수박사 김순권 교수 (경북대) 의 방북을 논의하는 한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우리 군에 총격을 가해 줄 수 없느냐" 고 부탁했다.

그러나 이들의 요청은 북한측이 난색을 표하는 바람에 결국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

◇ 수사경위 = 지난 8월 중순 韓씨가 사기혐의로 경찰에 구속되면서부터 수사가 본격화됐다.

안기부는 韓씨의 신병을 넘겨받아 대북 접촉혐의에 대해 강도높게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

안기부는 그후 오정은.張씨를 각각 구속하고 25일 사건을 서울지검에 송치했다.

그러나 구속영장에는 수사보안을 이유로 북한 당국자와의 접촉사실만 기재하고 총격요청 부분은 기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베이징회동 당시 안기부의 정보망에 포착됐다가 정권교체를 계기로 수사선에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 배후의혹 = 안기부는 정치권 인사들과 친분이 깊은 韓씨가 대선국면의 향배를 바꿀 만한 결정타를 날리기 위한 목적으로 판문점 총격을 요청했다고 보고 있다.

韓씨와 吳씨는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대선전략과 정세분석 등 보고서를 작성한 비선조직원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韓씨 등이 북한 당국자를 접촉하는 과정에서 옛 안기부 조직이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대선 직전인 12월 15일 국민회의 고위간부가 안기부 관계자의 제보를 근거로 "정부.여당이 북한군의 판문점 총격을 일으키려한다는 정보가 있다" 고 폭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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