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미 정부 ‘빚과의 전쟁’ 선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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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경기 침체로 세금은 적게 들어오는데 돈 쓸 곳은 오히려 늘어 빚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기 때문이다. 무급 휴가나 이면지 사용 등 다양한 비용 절감안이 동원되고 있지만, 적자 규모가 워낙 커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연방정부 부처들은 올해 77개의 비용 절감책으로 1억200만 달러(약 1250억원)를 줄이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 인터넷판이 30일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4월 각료들에게 “내년 회계연도(2009년 10월~2010년 9월)에 1억 달러 예산 절감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WSJ는 “비용 절감액은 2조 달러에 육박하는 내년 회계연도 재정적자의 0.006%에 그쳐 실효성이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예산 절감은 국방부가 앞장섰다. 공군은 값비싼 군사용 특수 항공유 대신 민간 항공유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연방정부 전체 예산 절감액의 절반을 웃도는 5200만 달러를 줄일 전망이다. 육군은 장병 휴가용으로 군용기를 내줄 때 한 번에 타는 인원을 늘려 1800만 달러를 줄이기로 했다. 해군은 안 쓰는 인터넷 회선을 없애 500만 달러를 절약할 방침이다. 다른 부처들도 다양한 예산 절감 아이디어를 내놨다. 해안경비대는 1800대의 소형 쾌속정을 정비할 때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을 피하기로 했다. 정비 일정 조정으로 한 해 200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이재민에게 임시 거처로 제공하던 트레일러를 재활용해 380만 달러를 줄이기로 했다. 법무부는 이면지를 복사용지로 재활용해 500만 달러를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적자로 인해 파산 위기에 몰린 주정부들도 빚 줄이기에 사활을 걸었다. 연방정부는 최악의 경우 돈을 찍어서라도 버틸 수 있지만 주정부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주정부들의 빚은 현재 1392억 달러에서 올해는 30억 달러 이상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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