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재미 금융전문가 손성원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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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이 30일 새벽 연방기금 금리를 5.5%에서 5.25%로 소폭 낮췄다.

이번 금리인하 조치가 세계 경제위기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미 유력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한국인으로서는 보기 드문 국제금융전문가 손성원 (53) 박사와 긴급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 우선 이번 금리인하 배경부터 짚어본다면.

"미국 경기가 나빠서라기 보다 국제 금융시장이 붕괴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아시아에서 출발한 금융위기가 러시아를 거쳐 남미까지 위협하고 있다.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의 파산 위험도 고려됐다. "

- 이런 문제들이 미국의 금리인하로 해소될 것인가.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신흥시장과의 금리차가 커진다.

이는 신흥시장에서의 급격한 외자유출을 막게 되고 금융시장 안정에 보탬이 된다.

동시에 미국의 경기후퇴를 지연시켜 다른 나라들의 대미 수출을 촉진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

- 한국 등 신흥시장은 금융경색으로 고통이 심하다.

이번 조치가 이들 지역으로의 자금유입을 부추길 것으로 보는가.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현재 국제금융시장에는 일단 위험은 피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최근엔 선진 자본들이 멕시코도 외면하고 있다.

여기에다 아시아.러시아 등 신흥시장에 투자한 뮤추얼펀드나 연기금들은 이들 신흥시장의 신용등급이 하락해 자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 그렇다면 금리인하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냥 내버려 둘 경우 세계경제가 공황으로 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를 책임질 사람은 미 연준 (FRB) 앨런 그린스펀 의장 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금리인하가 상황을 호전시키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악화되는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미국은 연말까지 금리를 두차례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 "

- 미국의 금리인하가 한국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다만 미 금리인하가 달러약세 (엔화 강세) 로 이어질 경우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미국경제가 호황을 유지하면 이 역시 수출에 플러스요인이 될 것이다. "

- 세계공황이 닥칠 확률은.

"세계경제가 침체할 확률은 반반이고 공황으로 발전할 확률은 20~25%다.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러시아는 이미 공황이 시작됐고 호주.캐나다까지도 영향권내에 진입하고 있다.

당장 발등의 불은 남미다.

남미 각국은 소비성향이 높아 대외부채가 많고 1차상품 (원유.커피.설탕.구리 등) 의존도가 높은데 이들 상품가격이 폭락, 외채상환부담이 늘고 있다."

- 현재 일본이 처한 상황은 어떤가.

"일본은 첫째 돈이 많아 국제통화기금 (IMF) 과 같이 외부에서 개입할 수단이 없고, 둘째 국가적으론 부유하지만 개인은 가난하기 때문에 국민 대다수가 은행구조조정에 공공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반대한다.

따라서 일본에서 획기적인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고 공황으로 빠져들 것으로 본다. "

- 금리인하가 중국 등 달러에 연동하고 있는 나라들의 통화에 대한 평가절하 압력을 덜어줄 것인가.

"당연하다. 특히 중국은 주변국가의 경쟁적 평가절하, 외채부담 증가 등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평가절하는 안할 것으로 본다. "

권성철 전문위원

◇ 손성원 박사 약력

▶1945년생▶광주제일고▶플로리다 주립대▶하버드대 경영대학원 (MBA) ▶피츠버그대 (경제학박사)▶73~74년 백악관 경제자문위 선임이코노미스트▶74년~현재 노웨스트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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