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쓸쓸한 '국민가수' 영결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9일 오전 11시 서울강남구신사동 한국연예협회 가수분과위원회 사무실에서 엄수된 가수 김정구 영결식. 미국 샌호제이에서 장례식이 열리는 시각에 맞춰 '가수장' 으로 치러진 이 영결식에서 김광진 위원장은 "저희 2천여 후배 가수들은 선생님 뜻을 따라 열심히 살겠습니다" 고 다짐했다.

그러나 참석한 사람중 가수는 40명 정도였다.

그것도 신카나리아.고운봉.현인 등 원로가수들과 패티김.조용필.윤수일 등 40대 이상 중견가수들 뿐이었고, 30대 아래의 인기가수는 김건모.신효범 단 두명만 참석했다.

10대.20대의 요즘 스타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가수협회 관계자는 "20대 가수는 오늘 아침 불참해 죄송하다는 전화를 해온 H.O.T가 전부" 라고 전했다.

그는 4일동안 마련된 빈소에 찾아온 가요 관계자들도 전부 30대 중반을 넘긴 이들이었다고 덧붙였다. 김정구는 한국 사람 모두의 가슴에 남아있는 인물이지만 누구보다 그의 죽음을 슬퍼할 사람은 역시 가수들이다.

그는 민족의 한과 망향의 설움을 달래준 '눈물젖은 두만강' 한 곡으로 '국민가수' 칭호를 만들었고, 80년 연예인으로는 처음 문화훈장을 받아 가수의 위상 확대에 결정적 공헌을 했다.

일흔이 넘어서도 무대에 서는 정열, 항상 진솔한 인품도 가요계의 귀감이 됐다.

대부분의 가수들은 인터뷰 자리에서 "죽는 날까지 무대에 서는 게 소원" 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말을 쓰러질 때까지 실천한 대선배의 마지막 길을 외면했다.

국민은 커녕 가수들마저 제대로 보이지 않는 국민가수의 '가수장' 은 또다른 우리시대의 자화상 바로 그것이었다.

강찬호 문화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