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이경록 '표현법'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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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저허공중에 소리가 몇 개 떠 있다

소리의 기호가 몇 개 떠 있다

내 귀에서 그물이 던져진다. 그걸 잡는다

내 귀의 그물은 실핏줄로 엮어진

보이지 않는 망사 (網絲)

- 이경록 '표현법' 중

이동순 (李東洵) 의 시인론 '이경록 (李炅錄.1948~77) 론' 에서 나는 빛나는 한 시인을 찾아냈다. 1977년 봄 29세로 세상을 떠난다.

시단에 나와 겨우 4년 동안 시를 발표하고 만 것이다.

정호승의 친구였다 한다.

임종 무렵 수녀들이 '요셉' 이라는 가톨릭 본명을 그의 귓전에 큰 소리로 불러주자 혼미 중에도 도리질쳤다 한다.

그것은 신앙의 차원을 떠나 한 시인의 치열한 신념의 극한을 보여주는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그의 시는 단호하다.

존재와 회의 사이에서 아픈 질문의 기호가 날아간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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