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의 '뮤지컬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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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김민기는 70, 80년대 어수선한 과거를 창고 안에 집어 넣고 90년대 들어 한국형 뮤지컬 형식의 완성을 위해 줄기차게 달리고 있다.

그의 목표는 우리의 정서와 가락, 모국어가 살아 숨쉬는 무대다.

첫 제작품인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도 그랬다.

비록 원작이 독일산이지만 그가 번안, 편곡해 우리식으로 바꿔놨다.

옌볜 (延邊) 처녀의 서울행을 그린 이 작품은 94년 초연 이래 13만여 관객, 특히 청소년을 끌어 모았다.

그가 늘 생각해온 청소년 정서를 정확하게 해석하고 거기에 우리 것을 가미하자는 방법이 성공적으로 실현된 것이다.

뮤지컬에 대한 김민기의 열정은 그의 옛 노래작업과 무관치 않다.

뿌리가 깊은 만큼 그는 뮤지컬을 자신의 필생 작업으로 여기고 있다.

노래굿 '공장의 불빛' (78년) , 노래극 '개똥이' (84년) , 노래일기 '아빠의 얼굴 예쁘네요' (87년) 등 일련의 작업은 예술적으로는 모두 음악과 연극이 결합되는 원시적 공연형태로의 회귀를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는 다년간 농사를 지어본 경험으로 자주 '대학로 못자리 문화론' 을 편다.

대학로가 문화의 거리로 인식되어 있는 만큼 문화의 소프트웨어가 대학로라는 못자리에 집합되고 여기서 기른 모를 여러 문화의 논에 옮겨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뮤지컬이라는 음악과 연극.미술 등이 결합하는 총체공연 양식에 그가 집착하듯, 대학로를 말하자면 거대한 하나의 뮤지컬 무대처럼 꾸며보고 싶은 것이다.

스스로 가수도 연극인도 아닌, 운동권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주변인으로 살아왔다고 하는 그의 말에서 주변인적 삶은 이제 뮤지컬 작품뿐만 아니라 뮤지컬적 삶을 살고픈 그에게 가장 영양가가 뛰어난 뮤지컬적 양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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