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한.일 어업협정 손익계산 따져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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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해의 어로 (漁撈) 행위 룰을 규정한 새 어업협정의 타결로 한.일 양국은 관계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하는 정치적 성과를 거뒀다.

우리에게는 최악인 '무 (無) 협정 동해' 상황을 면한데다 일본측이 '한국 어선 접근 불가' 를 외쳤던 대화퇴 (大和堆) 황금어장의 50%를 확보한 점을 들어 정부도 '균형과 대칭' 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일본수역에서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던 우리의 어로활동이 새 틀의 구속을 받게 돼 어획고가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협상은 '절반의 성공' 에 머물렀다고 할 수 있다.

◇ 대화퇴 어장 손익계산 = 한.일 양국이 공동 어로를 할 수있는 중간수역의 동쪽 경계선을 동경 135도30분으로 정함에 따라 우리측은 대화퇴 어장의 50% 수역에서 어업이 가능해졌다.

일본측은 올초부터 "동해에 정확히 중간선을 긋는 배타적 경제수역 (EEZ) 을 적용했다면 대화퇴는 한국수역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며 교섭의 대상도 아니라는 강경입장을 보여왔다.

정부측은 "이런 상황에서 대화퇴의 50%를 확보한 것은 상당한 성과" (文俸柱 외교부 아태국장) 라고 평가했다.

대화퇴 확보를 위한 우리측의 막판 양보도 있었다.

당초 135도30분의 경계선이 직선으로 그어졌다면 대화퇴의 70% 확보가 가능했다.

그러나 25일 새벽 '막판조율' 에서 일본측은 "설령 독도를 기점으로 2백해리 EEZ를 적용해도 135도30분 이서 (以西) 수역이 중간수역은 될 수 없다" 고 반발했다.

결국 135도30분 경계선이 대화퇴 어장에서는 서쪽으로 휘게 해 어장의 20%를 양보해야 했다.

◇ 배타적 어업수역과 기존 조업실적 보장 = 중간수역을 제외한 나머지 수역이 35해리의 배타적 어업수역이 됨에 따라 우리 어민들의 적잖은 피해가 예상된다.

그간 우리 어민들은 일본 근해에서 1천6백척으로 10개업종 22만9천t (3천50억원 추정) 의 어획고를 올려왔다.

일본의 우리연해 어업은 11만t 수준. 당연히 일본수역에서 조업해왔던 명태 트롤어선 등 대형선박 1천6백여척이 타격을 입게 된다.

양측은 이번 협정에서 1~3년간 어종에 따라 기존 조업실적을 보장하기로 했으나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명태의 경우 내년에 1만5천t을 보장하되 2000년부터 중단하며 대개의 경우 99년 50%를, 2000년에 또 50%를 감축해야 한다.

◇ 독도 영유권 문제 = 한국의 영유권이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아 벌써 국내 학계에서 '협정파기' 주장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협정에는 독도를 지명으로 표기하지 않고 '동경 131도52분~53분, 북위 37도14분~14분45초' 의 좌표로만 표기하고 주변 12해리를 영해로 규정해 중간수역에서 제외했다.

우리 정부는 "한국의 사실상 지배를 인정한 것으로 봐도 된다" 는 설명이다.

그러나 영유권을 명시하지 않음에 따라 향후 독도 12해리 영해 안에서의 조업에 대한 관할권 분쟁의 불씨를 남긴 채 타결을 서둘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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