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중 ‘전략·경제대화’와 한국의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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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양측이 논의할 주요 의제는 테러, 비확산, 기후변화, 에너지안보, 경제 및 금융안정 문제 등이 될 것이며, 북한 문제도 대화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 중 하나는 미·중 대화를 앞두고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의사를 밝힌 점이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24일 “(미국과의) 대화에 반대하지 않는다…공동의 관심사에 대한 어떤 협상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계산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지난주 태국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밝힌 ‘포괄적 패키지’ 방안에 대한 화답이다. 미 여기자 석방 등을 미끼로 미국과의 협상을 시작해 대북 제재와 압박을 완화하려는 포석이다.

또 하나의 목적은 미·중 전략 및 경제대화를 앞두고 중국의 입장에 영향을 미치기 위함이다. 미국은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 일본과 한국에 대해 ‘확장 억지’ 공약을 확인함으로써 일본과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을 우려하는 중국을 ‘배려’했다. 이에 대해 중국이 미·중 전략 및 경제대화에서 북한에 불리한 입장을 피력해 미국의 배려에 ‘화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북 대화 가능성을 북한이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미·중 전략 및 경제대화 개최와 북한의 움직임 등을 고려할 때 우리 정부는 몇 가지 사항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한·중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걸맞게 진심으로 대화하고 협의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한·미동맹이 한국 외교안보의 중심축인 것은 틀림없으나, 한·미동맹만 잘 유지하면 중국이 우리에게 접근해 올 것이라는 ‘안이한’ 시각에서 탈피해야 한다. 미국을 통해 중국을 끌어당기기엔 중국의 힘이 날로 커지고 있다.

둘째, 한·미가 전략적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이번 미·중 전략 및 경제대화에서 중국이 미국의 기대에 한껏 부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국은 북한의 핵 포기를 바라지만 북한 정권의 붕괴로 인해 난민이나 경제적 혼란 등 부담을 안게 되는 데에는 반대한다. 6자회담의 최대 수혜자인 중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지만 이를 위해 북한에 대해 압력을 가하기보다는 미·북 대화를 권고하면서 북핵 해결의 시간표를 길게 잡을 가능성이 크다. 대북 압박을 유지하면서 6자회담, 미·북 대화, 남북 대화가 함께 갈 수 있도록 한·미 공조를 철저히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국익에 맞는 입체적 전략이 필요하다. 한·미·일 공조, 한·중·일 협력은 이제 궤도에 진입했으니 미·중이 한반도 문제를 한국과 함께 논의할 수 있도록 한·미·중 삼각대화 실현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한·미 전략대화와 함께 한·중 전략대화를 시작하고, 민간 전문가와 함께 정부 관리가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1.5트랙’ 방식의 한·미·중 삼각대화 방식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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