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취업난시대 교수가 '구직 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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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무리 취업난이라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전쟁의 연속입니다. "

'구직전쟁' 이 벌어지고 학생운동권이 '실업 투쟁' 에 나설 정도로 대학생들의 취업난이 극심하자 교수들이 '특공대' 를 구성해 제자 일자리 구하기에 나섰다.

화제의 주인공들은 서울산업대 김종호 (金鍾浩.42).구본권 (具本權.43) 교수 등 금형설계학과 7인의 교수. 金교수 등이 '취업 활성화를 위한 교수들의 모임' 을 결성한 것은 이달초.

"취업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설마 했습니다. " '특공대' 결성을 제안한 具교수는 서울산업대가 산업현장에 필요한 학문과 기술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데다 특히 이 학과는 인기가 높아 제법 취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IMF한파는 이 대학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4학년 재학생 65명 중 휴학하거나 산업체 근로자를 제외한 취업 대상자 49명 전원이 2학기 개강때까지 일자리를 잡지 못했다.

예년 같으면 절반이상이 취업하고 일부학생들은 근무조건을 놓고 저울질을 할 시기였다.

당연히 교수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개학 후 취업난의 심각성을 감지한 具교수는 학과 동료교수들에게 '비상작전' 을 제안, 즉각 실행에 들어갔다.

학과장 金교수를 중심으로 제자 취업시키기 모임을 구성, 우선 전국 1천여 금형 관련 업체에 졸업예정자 49명의 보유자격증과 특기 등을 자세히 적은 채용요청서를 보냈다.

또 현장실습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하고 교수가 자매결연 기업체 현장연구를 나갈 때 5명의 학생을 대동하는 '1사5인제 (1師5人弟)' 를 시행했다.

산업체에 직접 '상품' 을 보여주자는 의도였다.

이와 함께 사출금형 등 기계분야에만 제한됐던 취업분야를 확대해 반도체.금속공예금형 등의 취업분야도 새로 발굴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사방팔방으로 정신없이 뛴 교수들의 노력은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사5인제' 를 통해 2명의 학생이 일자리를 확보하는 등 지난 보름동안 49명 중 12명의 취업이 확정됐다.

"지난 보름간의 경험을 통해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제자 취업을 위한 '7인의 교수 특공대' 는 지금 같은 취업난시대에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력 양성과 함께 적극적인 세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 교수는 부정기적이던 '산학협력 자문회의' 도 매월 한번씩 정례화해 업체들의 요구를 교과과목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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