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독자개발 핵 잠수함 시험 항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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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인도가 독자 개발한 첫 핵잠수함이 26일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 해군기지에서 진수식을 하고 시험 항해에 들어갔다고 힌두스탄타임스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실전 배치는 2~4년 뒤가 될 예정이다. 이로써 인도는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에 이어 세계 여섯 번째, 아시아에선 두 번째 핵 잠수함 보유국이 됐다.

5500t급 새 잠수함은 산스크리트어로 ‘적을 파괴하는 자’를 뜻하는 아리한트(Arihant)로 명명됐다. 인도가 러시아·프랑스 기술을 도입해 개발한 85MW 원자로가 탑재됐다. 아리한트는 일반 핵추진 잠수함(SSN)이 아니라 탄도미사일 탑재 핵추진 잠수함(SSBN)이다. 인도 국방개발연구기구(DRDO)가 개발한 사거리 700㎞의 K-15 탄도미사일 12기가 실린다. K-15는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며 2단계 추진 로켓을 이용해 해저 100m에서도 발사가 가능하다. 인도는 아리한트 개발을 통해 기존의 육상·공중 무기에 이어 해상 발사 무기체계까지 ‘종합적인 핵 전력’을 갖추게 됐다.

인도는 2025년까지 아리한트와 같은 핵잠수함을 4척 더 만들 계획이다. 2척은 이미 건조 중에 있다. 또 자체 개발과 별개로 러시아로부터 1만2000t급 최신 핵잠수함 ‘K-152 네르파’도 장기 임대하기로 했다. 현재 시험 항해 중으로 연말까지 인도될 예정이다.

인도는 핵잠수함 전력 강화의 명분으로 1999년 핵 독트린에서 천명한 최소한의 핵 억지력 유지를 내세우고 있다. 핵잠수함은 추가 연료보충 없이 장시간 잠항이 가능하다. 때문에 유사시 적의 선제 공격을 당해도 핵 억지력을 유지할 수 있다. 실제로 아리한트의 진수식이 열린 7월 26일은 99년 앙숙인 파키스탄과의 카길 분쟁에서 승리한 전승 기념일이다. “진작에 강력한 핵 억지력을 가진 잠수함이 있었더라면 카길 분쟁은 없었을 것”이라는 게 인도의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인도가 중국을 의식해 해군력 증강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달 초 인도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 “중국에 비해 해군력에서 뒤진 인도가 인도양과 아라비아해의 패권을 놓고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인도에 비해 세 배가 넘는 전투함을 보유하고 있다. 핵 잠수함도 이미 8척이나 갖고 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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