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파 뮤지컬 배우 넷 “가수 신고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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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실력파 뮤지컬 배우 네 명으로 구성된 그룹 ‘포원’. 왼쪽부터 최수형, 문종원, 윤형렬, 김성민. [강정현 기자]

뮤지컬 넘버는 공연장에서 들을 때가 ‘제 맛’이다. OST 앨범을 통해 듣는 뮤지컬곡은 영 낯설기만 하다. 그렇다면 뮤지컬 매니어가 아닌 이들에게 또는 공연을 접하지 못한 이들에게 아름다운 뮤지컬 음악을 친숙하게 전해줄 방법은 없을까. 이런 고민 끝에 탄생한 팀이 뮤지컬 배우 4명으로 구성된 그룹 ‘포원(4ONE)’이다.

“뮤지컬 넘버 중에는 단순히 ‘뮤지컬 용 노래’로만 남기에는 아까운 곡들이 많아요. 무대에서 들려주는 노래는 아무래도 극의 일부다 보니 감정적으로 거친 면이 있는데, 이를 다듬어 곡 자체로 접근하면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죠.”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주인공으로 제 2회 ‘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윤형렬(26)의 설명이다. 그를 비롯해 ‘렌트’ ‘풀몬티’에서 활약한 문종원(30), ‘돈 주앙’의 김성민(29), 쇼뮤지컬 ‘판타지’에 출연했던 최수형(30)까지 ‘포원’의 멤버들은 이미 뮤지컬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들. 이들이 이번달 초 발표한 첫 앨범 ‘더 퍼스트 스토리-뮤지컬’에는 ‘노트르담 드 파리’ ‘돈주앙’의 인기 넘버 다섯 곡이 팝으로 재해석돼 담겨 있다.

뮤지컬 팬들에게는 이미 너무 유명한 곡들이지만, “뮤지컬 무대가 아닌 곳에서 듣더라도 어색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애썼다. 극적인 열정을 표현하는 데 힘썼던 무대에서의 방식을 버리고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부르고자 했다. 김성민은 “뮤지컬 배우로 노래할 땐 거침없이 에너지를 분출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세심하게 소리를 요리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얼마 전 KBS ‘열린 음악회’에 출연하면서 가수로서의 신고식도 치렀다.

“처음 잡아 본 마이크가 거추장스러워 혼났어요. 뮤지컬 무대에선 무선 마이크를 달잖아요. 가수들이 무대 위에서 왜 그렇게 왼팔을 휘젓는지 이제야 알겠더라고요. 하하”(종원) “캐릭터를 벗어던지니 더욱 솔직한 ‘나’의 감정으로 노래하게 되더라구요. 역할과 동선을 항상 의식해야 하는 뮤지컬 무대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느낌이에요.”(수형)

‘팝 뮤지컬 그룹’을 내세웠지만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무대를 오가며 활동할 계획이다. 멤버 중 세 명은 다음 달 4일 국립극장에서 시작되는 ‘노트르담 드 파리’ 연습에 참여하지만 ‘세컨드 스토리-팝’, ‘써드 스토리-클래식’ 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음반 준비도 한창이다. “저희 음악을 특별한 장르 안에 가두지 않았으면 해요. 어디에도 없었던 시도인 만큼, ‘포원’의 음악 그 자체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이들의 한목소리였다.

이영희 기자·최다은 인턴기자 ,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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