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한마디 … 세계증시 또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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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의장의 말 한마디에 세계증시가 또 한번 출렁거렸다.

지난 16일 오후 (현지시간) 하원 은행금융위원회에 출석, "현재 선진국들은 금리인하를 단행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 고 말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이 소식이 CNN 등을 통해 보도되자 이날 큰폭의 오름세를 타고 있던 뉴욕증시는 바로 하락세로 돌아섰고, 파장은 곧바로 불황과 금융위기 탈피를 위해 미국의 금리인하를 학수고대하고 있던 세계로 번져나갔다.

미국에 이어 가장 먼저 시장이 열린 아시아에서 즉각 실망이 반영됐다.

다른 요인들도 작용하긴 했지만 17일 일본 닛케이 지수는 2.38% 하락하며 12년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홍콩의 항셍 (恒生) 지수는 3.6%,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는 1.9% 하락했다.

'그린스펀 효과' 는 이어 유럽을 강타했다. 파리 증시가 하루 5.4% 하락한 것을 비롯, 대부분의 증시가 3 -6%나 폭락한 것이다.

독일이 3.88%, 런던이 3.0%, 네덜란드 3.8%, 스위스 4.7%, 이탈리아 5.9% 등 대부분의 증시가 3~6%나 폭락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 부메랑 효과가 돼 뉴욕증시를 덮쳤다.

뉴욕증시는 17일 개장하자마자 2백포인트 이상 수직하락해 다시 8, 0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중남미 국가들도 유탄을 맞았다.

브라질 증시는 이날 한때 주가지수가 10%까지 떨어지며 세차례나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증시도 5.3% 떨어졌다.

그린스펀 발언의 충격은 18일에도 계속돼 일본과 말레이시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시아 증시가 3%안팎의 하락행진을 이어갔다.

그린스펀의 발언 파동은 종종 있는 일이다.

유일 초강국 미국의 금융.통화정책을 책임지는 '경제대통령' 이기 때문이다.

지난 4일에는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미국만 번영의 오아시스로 남을 수는 없다" 며 금리인하를 시사, 연휴를 지낸 뒤인 8일 뉴욕 다우지수를 하루 상승폭으론 사상 최고인 3백80.53포인트 (4.98%) 나 뛰어오르게 했다.

그때도 아시아 증시는 일본 5.3%, 말레이시아 22.5%, 홍콩 7.9%, 싱가포르 7.1%나 폭등했고 유럽도 큰폭의 상승세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16일 발언에도 불구하고 미 연준이 연내 금리를 인하할 경우 지난 4일 금리인하 시사발언과 함께 이번 발언 파장에 대한 비난이 일 것으로도 보인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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