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던 백화점 명품관 ‘고객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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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번 주말 백화점이 명품세일에 들어간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24일부터 26일까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24~25일, 갤러리아는 이달 말까지 행사를 연다. 이 기간 고객들은 ‘친절해진’ 명품매장 직원들을 접할 수 있을까. 최근 명품 매출 감소 원인 중 하나로 일반 대중에 대한 명품 매장의 콧대 높은 태도가 지적됐기 때문이다.

◆확 꺾인 명품 매출=불황을 모르던 명품 매출은 최근 들어 꺾였다. 한때 세 자릿수이던 매출 신장률은 한 자릿수로 뚝 떨어졌다. 23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2월 109.4%(지난해 2월 대비)였던 애비뉴엘관(명품관)의 매출 신장률은 점점 낮아지다가 지난달 처음으로 8.9%까지 추락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상황은 마찬가지. 4월 66.6%까지 치솟았던 신장률이 지난달 37.2%로 줄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서다. 일본·중국 돈의 가치가 한국 돈 가치보다 높아 한국상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환율효과가 사라지자 한국을 덜 찾게 됐고, 명품 구매도 줄었다. 애비뉴엘관 방문객 중 외국인 비중은 1월 32.9%에서 지난달 7.6%로 감소했다. 외국인이 사들이는 명품 매출도 1월 69억원에서 지난달 14억원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백화점 측은 일반인 사이에 명품열기가 시들었다는 것도 한 이유로 본다. 명품업체들이 부유층에게만 관심을 기울인 탓에 ‘엔트리 명품(고객이 처음 접하게 되는, 통상 100만원 미만의 명품)’을 사러 온 대중을 소홀히 접대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현대백화점이 고객접점 20곳의 만족지수를 조사한 결과 명품 분야가 꼴찌에서 2위로 나왔다. 롯데백화점 해외명품팀 이희승 과장은 “가방 등으로 명품 구매를 시작한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재구매에 나서지 않는 것도 신장률 감소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서비스 개선에 나선 업체들=매출이 주춤하자 콧대 높던 명품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미스터리 쇼퍼(고객으로 가장해 매장 서비스를 점검하는 사람)’를 동원해 서비스 개선에 나섰다. 이 백화점은 70점 이하의 평가를 받은 매장직원을 명품업체에 알렸고, 해당 업체는 자체 서비스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백성혜 고객서비스팀장은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 ‘일부 명품 매장 직원의 불친절한 태도가 매장 방문을 꺼리게 만든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교육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퍼스널쇼퍼(물건을 골라주는 직원)가 일대일로 붙어 지방 고객을 서울까지 ‘모셔’오기도 한다. 롯데백화점은 1일부터 5일까지 애비뉴엘관에서 명품 살롱쇼를 열고 지방 고객 50명을 초청했다. 서울역까지 KTX 특실편을, 역에서 애비뉴엘관까지 재규어 리무진 서비스를 대절했다. 고급 레스토랑 피에르가니에르에서 식사하고 롯데호텔에서 숙박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루이뷔통은 서울 청담동 본사에서 정기적으로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설명회를 연다. 지방 고객이 편하게 오도록 KTX·리무진택시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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