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생활의식 조사]가족·이웃관계 오히려 돈독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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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IMF 반년, 한국인의 자화상' 이란 제목의 제일기획 보고서는 외환위기 이후 국민의 경제.사회적 의식과 소비행태.가치관 등에서 큰 변화가 일고 있음을 보여준다.

◇ 소비가 줄었지만 아직도 거품이 남아있다 = IMF체제 이전과 비교할 때 79.4%가 소득이 줄었다고 응답한 반면 수입이 늘었다는 계층은 1%에 불과했다.

거의 대부분이 소득 감소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안입고 안가고 안쓰기'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응답자의 64%가 이미 지출을 줄였는데, 특히 옷값.레저 여가비.품위 유지비 등의 순으로 지출이 감소했다.

가정주부의 장보기 횟수도 줄어 지난해는 '매일' 또는 '2~3일에 한번' 정도가 주류를 이뤘지만 올해는 '4~5일에 한번' 이 많이 늘었다.

그래도 식품비 지출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줄었다.

그러나 이런 속에서도 아직 소비행태가 버블 (거품) 기 때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징후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아직 지출 감소율 (19.8~33.4%) 이 소득 감소율 (21.4~37.9%) 을 밑돌고 있으며, '지출을 늘리겠다' 는 사람도 14%나 됐다.

특히 '내집마련 전에도 자동차는 필요하다' 는 응답은 지난해 (38%) 보다 2%포인트나 높아져 젊은층의 의식이 호황기에 비해 변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붕괴되는 중산층 = 월평균 가구소득이 전년보다 50만원 이상 깎여 '하향 평준화' 가 두드러졌다.

자신이 중하류나 하층이라고 생각한다는 계층이 훨씬 넓어졌으며, 특히 30대 응답자중 40.2%가 소득격감을 호소하고 있어 다른 연령층 (20대 32.1%, 40대 39.7%, 50대 38.8%) 보다 타격이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 갈수록 커지는 계층간 괴리감과 부정적인 사회 인식 확산 = 소득격차로 인한 상류층과의 괴리감과 피해의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다수가 '부유층은 씀씀이가 줄지 않았으며 (94.3%)' '전반적으로 과소비 역시 줄지 않았다 (72.2%)' 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질서를 잘 지키면 손해' 라고 생각하는 사람 역시 39% (94년)→42% (95년)→44% (96년)→53% (97년)→56% (98년) 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다수 (92%)가 '고통 분담이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 돈독해진 가족.이웃 관계 = 직장에 대한 애착은 줄어든 반면 가족.이웃.동료간의 유대관계는 오히려 돈독해졌다.

'어떠한 경우도 이혼해서는 안된다' 는 응답이 48%로 지난해보다 조금 (1%포인트) 늘었으며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게 좋다' 는 응답도 지난해보다 2%포인트, '자식을 위해 부모가 희생해야 한다' 는 생각 역시 지난해보다 4%포인트 높아졌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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