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금 흡수하려 출구전략 쓰면 미국 대공황 같은 상황 겪을 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의 손성원(경제학·사진) 석좌교수는 23일 “지금 시점에서 한국 정부가 시중 자금을 흡수하기 위해 ‘출구전략’을 시행한다면 1990년대 일본의 장기 침체나 30년대 미국의 대공황 같은 상황을 겪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월가에서 ‘족집게’ 경제 분석가로 통하는 손 교수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제주포럼에서 “경기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판단될 때까지 경기부양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정부가 인플레이션 차단을 위해 그동안 투입했던 재정의 흡수에 나설 경우 한국 경제는 더블 딥(이중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의 흑자를 달성한 것은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더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일 뿐”이라며 “무역 규모가 줄어들어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 때문에 경기 침체가 다시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로서는 통화 회전율이 낮아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이 낮은 만큼 금리 인상과 같은 정책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일본 정부가 90년대 재정지출로 경기부양에 나섰다 세수 확보를 위해 세금을 올린 뒤 일본이 장기 불황에 빠졌던 것을 정책 실패의 예로 들었다. 또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경기부양책을 썼다 이 기조를 일찍 막 내리면서 대공황이 장기화됐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서귀포=문병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