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로마in 이야기 ④ 뜨거운 계영 라이벌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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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초의 승부’ 리턴매치가 열린다.

2009년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는 화끈한 라이벌전이 기다리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의 남자 계영 400m 대결이다. 27일 새벽(한국시간) 열리는 남자 계영 400m 결승전을 앞두고 벌써부터 양 팀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미국이 프랑스를 0.08초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계영 경기 때마다 자존심 싸움을 벌였던 것은 전통의 라이벌 미국과 호주였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여기에 프랑스가 끼어들었다. 프랑스의 알랭 베르나르와 프레데리크 부스케가 자유형 단거리에서 세계신기록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신경전이 극에 달한 것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였다. 미국의 계영 출전자였던 개럿 웨버게일은 당시 호주 선수들에게 “너희를 기타처럼 부숴버리겠다”면서 도발했다. 하지만 이 말이 독이 됐는지 미국은 2위에 머물렀고, 호주가 3분13초67의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가져갔다. 미국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역대 최악인 동메달에 머물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는 프랑스의 베르나르가 자유형 100m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최상의 컨디션이었다. 프랑스는 곧바로 미국을 향해 칼날을 세웠다. 프랑스 선수들은 시드니에서 미국이 했던 말 그대로 “미국을 기타처럼 부숴버리겠다”고 말했다.

계영 400m 결승전 당일에 이 말을 전해 들은 미국의 웨버게일은 “풀로 달려가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맞섰다. 미국은 결승전에서 세 번째 영자까지 2위에 그쳤지만 마지막 영자 제이슨 리잭이 프랑스의 베르나르를 앞질러 0.08초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베이징 8관왕에 오른 마이클 펠프스(미국)는 “리잭은 옆 레인의 베르나르에게 최대한 바짝 붙어서 그 파도에 편승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전진했다. 영리한 경기 운영 덕분에 이겼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두 번째 영자였던 파비앵 질로는 경기 후 “이게 바로 스포츠”라고 쓸쓸히 인정해야 했다.

프랑스는 지난 4월 자유형 단거리에서 연이어 세계기록을 내며 설욕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당시 베르나르가 자유형 100m에서 47초 벽을 깼고, 부스케는 자유형 50m에서 21초 벽을 넘어섰다. 이들은 “우리 기록이 미국에 좋은 메시지가 됐을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지만 국제수영연맹(FINA)은 이들이 입었던 수영복이 공인되지 않은 것이라며 공식 세계기록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과 프랑스의 계영 영자는 베이징 올림픽과 비교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계영을 포함해 이번 대회 6개 종목에 나서는 펠프스가 6관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계영 금메달이 필요하다.

한편 SK텔레콤의 박태환 전담팀은 현지 적응훈련 중인 박태환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베이징 올림픽 때 함께했던 ‘사운드 테라피스트’ 엄태현 치료사를 22일 로마로 파견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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