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저지방 식사 건강에 해롭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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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나치게 낮은 지방섭취는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심장협회 (AHA) 의 영양분과 소속 앨리스 리히텐스타인 박사와 린다 반 호른 박사팀은 미국심장협회지 최신호에 "전체 칼로리의 15%이하로 지방을 섭취하면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 고 발표했다.

리히텐스타인 박사팀에 따르면 특히 임신 중이거나 젖을 먹이는 엄마들과 영아들, 노인들은 지나치게 지방섭취를 제한하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 혈액 속에 '트라이글리세라이드' 라는 몸에 나쁜 지방이 많이 들어 있거나 인슐린에 기대야 하는 당뇨병 환자들에게도 지나친 저지방 식사가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리히텐스타인 박사팀은 많은 영양이 필요한 영아들과 엄마들, 노인들의 경우 지방에 들어있는 지방산이 건강에 이로운데다 필수 비타민 중엔 지방에서만 녹는 지용성이 많으므로 지나친 저지방 식사가 해롭다는 것.

뿐만 아니라 저지방 식사가 필요할 것으로 여겨왔던 일부 심장병이나 당뇨병 환자들도 단기적으로는 지나친 저지방 식사가 혈관 속에 돌아다니는 트라이글리세라이드 수치를 최고 70%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것.

나아가 이들 환자에겐 혈관에 지방 찌꺼기가 끼어 좁아지는 것을 막아주는 '좋은 지방' 인 고밀도지단백질 (高密度脂蛋白質 : HDL)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내리고 오히려 '나쁜 지방' 인 저밀도지단백질 (LDL) 의 수치만 높일 수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반 호른 박사는 "전체 칼로리에서 지방섭취의 비율이 35~40%에 달했던 이들의 지방섭취를 전체 칼로리의 10~20%로 줄이자 LDL 수치가 10~20% 내려간 반면 전체 칼로리의 25%정도로 지방을 '적당히' 먹던 이들의 지방 섭취율을 10%정도로 줄이자 LDL이 전혀 줄어들지 않아 기존에 알려져 왔던 긍정적인 효과가 전혀 없었다" 고 말했다.

인슐린을 맞는 당뇨병 환자들과 탄수화물 흡수에 장애가 있는 병을 앓는 환자들도 충분한 영양소를 흡수할 수 없기 때문에 지나친 저지방 식사를 피해야 한다는 게 리히텐스타인 박사팀의 주장. 그러나 "LDL 수치가 높고 심장병을 앓은 병력이 있는 일부 환자들의 경우 저지방 섭취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며 "반드시 의사의 도움과 자문을 얻어 저지방 식사를 할 것" 을 연구자들은 제안했다.

이들은 이번 연구결과가 그동안 제시됐던 식생활 지침과 거리가 있으므로 계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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