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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세계 최대 고로에 불 지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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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포스코가 세계 최대 생산 규모의 단일 고로(高爐·용광로)를 21일 가동해 제철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포스코는 연간 310만t이던 광양 4고로를 개조해 500만t으로 확장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21일 개수를 마친 광양 4고로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 고로는 한 해 500만t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어 단일 고로로서는 사실상 세계 최대다. [포스코 제공]


광양제철소의 이상호 제2제선공장장은 “생산 규모를 늘리고 효율성도 높여 사실상 세계 최대의 고로를 새로 지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로써 1973년 일본 기술을 들여와 첫 고로를 가동했던 포스코는 36년 만에 순수 기술로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지닌 고로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날 오후 광양 공장에서는 정준양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새 고로에 불을 지피는 ‘화입식’ 행사를 했다.

광양 4고로가 한 해 생산하는 쇳물 500만t은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매년 필요한 철강(400여만 대분)과 맞먹는다. 고로 하나가 한국 자동차 산업에 들어가는 철강을 모두 공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광양 4고로의 내부 크기(용적)는 5500㎥에 달한다. 단순히 공장 크기로만 따지면 일본 신일본제철의 오이타 고로(5775㎥), 러시아 세베스탈의 세레포베츠 고로(5580㎥) 등 광양 4고로보다 큰 것이 세계적으로 4개나 더 있다. 그러나 고로에서 단위 용적당 하루 쇳물을 얼마나 뽑아내느냐를 뜻하는 출선비의 경우 광양 4고로는 평균 2.6 t/d·㎥에 달한다. 신일본제철 등 다른 나라의 대형 고로들은 이 수치가 2.1~2.2에 불과하다.

포항 1고로의 경우 일본 이시카와지마하리마 중공업이 공급했다. 그 뒤 포스코가 공정 개선 등을 통해 생산성을 크게 높이자 일본 업체들은 ‘부메랑 효과’가 우려된다며 추가 기술 협력을 거부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자 포스코는 유럽 등으로 설비 도입처를 늘리기도 했다. 또 포항산업과학연구원, 포스텍 등과 산·학·연 협동 체제를 꾸려 독자 기술을 얻는 데 모든 힘을 쏟았다. 마침내 93년 포항 1고로 2차 개수 때부터는 설계·시공까지 모두 자체 기술로 해냈다. 출선비는 73년에는 1.4 t/d·㎥에 그쳤다. 하지만 79년에 평균 2.0, 2003년에는 2.23을 달성해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정준양 회장은 이날 “철강 불모지에서 40년도 안 돼 세계 최고 생산성의 초대형 고로를 갖추게 됐다”며 “이는 포스코의 설계·시공 능력의 우수성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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