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어릴 적 심심찮게 듣던 표어.
강산이 세번 변하고 나니
셋째 아이를 낳으면
나라에서 돈도 준다네.
갑자기 왜?
무슨 변덕으로?
바늘구멍만한
입시 경쟁도 뚫었고,
취업 문턱도 넘었건만,
아이를 갖는 순간
그 치열했던 경쟁보다
더 무겁게 내 어깨를
짓눌러 오는 게 있더군.
아이를 기르는
직장 가진 엄마의 고달픔-.
젖먹이 어린것이 눈에 밟혀
휴직도 생각해 봤지만
나중에 내 자리가
남아 있기나 할까?
두 아이 키우자면
내 월급쯤은 없는 셈 쳐야지.
그러고도 아이들 콧잔등엔
콧물이 줄줄,
마른 기침은 끊임없이 캑캑,
자꾸 떨어지는 삶의 질을
어쩐단 말인가.
차라리 아이들을 위한
엄마가 되자.
그러다 강산이 한번 더 변해
우리 아이 커서 하는 말,
"엄마는 왜 직장도 없이
빈둥빈둥 놀기만 해."
부랴부랴 일자리 찾아보지만
나이 많다고 퇴짜.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는데
그럼 막일이라도 해야 하나?
이 땅에서 여자로, 엄마로
산다는 건
산 넘어 산이로세.
*여성노동자연대회의는 임신과 출산이 기업의 여성 고용 기피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엔 이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산전후 휴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윤재<주부통신원>주부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