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직장 가진 엄마의 고달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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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어릴 적 심심찮게 듣던 표어.

강산이 세번 변하고 나니

셋째 아이를 낳으면

나라에서 돈도 준다네.

갑자기 왜?

무슨 변덕으로?

바늘구멍만한

입시 경쟁도 뚫었고,

취업 문턱도 넘었건만,

아이를 갖는 순간

그 치열했던 경쟁보다

더 무겁게 내 어깨를

짓눌러 오는 게 있더군.

아이를 기르는

직장 가진 엄마의 고달픔-.

젖먹이 어린것이 눈에 밟혀

휴직도 생각해 봤지만

나중에 내 자리가

남아 있기나 할까?

두 아이 키우자면

내 월급쯤은 없는 셈 쳐야지.

그러고도 아이들 콧잔등엔

콧물이 줄줄,

마른 기침은 끊임없이 캑캑,

자꾸 떨어지는 삶의 질을

어쩐단 말인가.

차라리 아이들을 위한

엄마가 되자.

그러다 강산이 한번 더 변해

우리 아이 커서 하는 말,

"엄마는 왜 직장도 없이

빈둥빈둥 놀기만 해."

부랴부랴 일자리 찾아보지만

나이 많다고 퇴짜.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는데

그럼 막일이라도 해야 하나?

이 땅에서 여자로, 엄마로

산다는 건

산 넘어 산이로세.

*여성노동자연대회의는 임신과 출산이 기업의 여성 고용 기피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엔 이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산전후 휴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윤재<주부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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