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국제회의 유치 거듭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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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관광의 1번지'를 자임하는 제주도가 잇따라 대규모 국제회의 유치에 실패, 도민들의 상실감이 크다.

1996년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유치에 실패했던 제주도는 국제회의 유치에 유리한 여건을 갖추기 위해 2002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안에 국내 유일의 회의 중심 리조트형 컨벤션센터를 건립했다.

그러나 지난 28일 정부는 2005년 5월 한국 개최 예정인 '정부혁신 세계포럼'의 유치를 위해 경쟁한 제주와 서울 가운데 서울을 개최지로 확정했다. 이 행사는 세계 각국에서 전.현직 국가원수 등 5000여명이 참가하는 국제연합(UN)의 공식 국제회의로, 그동안 국내에서 개최된 어느 국제기구 행사보다 큰 것이다.

제주도와 도내 사회단체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부산에 빼앗기자 곧바로 정부혁신세계포럼의 유치운동에 들어갔었다.

특히 지난 4월 APEC 개최지가 부산으로 확정된 뒤 6.5 재선거 시기를 전후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열린우리당은 "정부혁신 세계포럼을 제주에서 개최토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개최지가 서울로 결정되자 도내에서는 "정부한테 우롱당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제주참여환경연대와 도민운동본부 등은 "제주도가 항상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의혹을 감출 수 없다"며 "정부.여당의 헛구호를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29일 담화문을 내 "지나간 일에 연연하지 말고 앞을 바라보며 새로운 도전을 다시 시작하자"고 밝혔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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